[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15) 구원
슈테판 로흐너의 ‘최후의 심판’. 출처=굿뉴스 가톨릭갤러리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는 구원에 대하여 서로 다르게 이해하나요?
개신교는 ‘예수님을 믿는 것’이야말로 구원을 얻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가르치면서 신자들에게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이미 구원을 받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합니다. 그래서 일부 개신교 교단은 거리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선교하기도 합니다.
반면 천주교는 구원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함께 선행을 쌓은 뒤에, 내세에 하느님께 받는 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개신교 신자에게서 “당신은 구원을 받았나요?”라고 질문을 받으면 천주교 신자는 당황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본질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구원이 완성된다고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서 외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구원하신다는 확신을 표현하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다’는 고백은 천주교나 개신교 신자에게 중요한 구원의 열쇠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구원을 얻으려면 합당한 선행과 죄에 대한 보속 행위를 해야 한다는 의지적 협력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16세기 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인간의 나약함과 죄가 너무 깊어 인간의 선행과 보속으로 구원을 얻을 수 없다고 확신하였습니다. 그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를 통해서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고백함으로써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된다’(의화)고 믿었습니다. 그 결과 개신교는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위임하신 맺고 푸는 권한(교도권)과 가톨릭교회의 오랜 신심 전통들을 버리고,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구원을 얻는다는 개신교의 신앙 전통을 세운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도 구원은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선물이라고 강조하지만, 이에 따른 인간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모든 것이 오직 하느님께 달려 있는 것처럼 그렇게 기도하여라. 그러나 네가 구원되는 것이 완전히 너에게 달려 있는 것처럼 그렇게 협력하여라”라고 하며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종교 개혁가들은 전적인 믿음을 강조하면서 선행은 믿음에 따라온다고 가르칩니다. 한편 천주교는 실천 없는 믿음이 자칫 맹신으로 흐를 위험성을 경고하며 인간의 선행을 구원의 조건으로 강조합니다. 이런 견해 차이가 구원의 조건에 대한 강조점을 달리하는 역사를 낳았습니다. 그 뒤로도 개신교 교단마다 교리 해석에 따라 구원을 얻는 믿음의 방식을 다르게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1999년 10월 31일 교황청이 루터교 세계 연맹과 맺은 「의화 교리에 관한 합동 선언문」에 따르면, 구원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무상의 은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천주교와 개신교의 의화 논쟁이 더 이상 그리스도인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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