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와 개신교는 성경을 같은 경전으로 사용하지만 구약성경의 권수가 서로 다릅니다. 천주교는 구약성경 46권과 신약성경 27권을 통틀어 모두 73권을 정경(正經)으로 인정합니다. 이에 반해 개신교는 구약성경 46권 가운데에서 히브리어로 기록된 39권만을 경전으로 받아들여 모두 66권만을 정경으로 인정합니다.
천주교는 유다교가 히브리어를 모르는 유다인을 위하여 그리스어로 번역한 이른바 ‘칠십인역’을 초대 교회부터 구약의 정경으로 인정해왔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어로 기록된 7권의 구약의 책(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기 상권, 마카베오기 하권,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도 제2경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종교 개혁 당시 마르틴 루터가 유다교의 39권만을 구약성경의 정경으로 받아들여 독일어로 번역한 뒤로 개신교는 히브리어로 기록되지 않는 7권의 칠십인역을 정경이 아닌 외경(外經)으로 간주하였습니다.
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천주교가 7권의 칠십인역을 정경으로 최종 결정하자 개신교 쪽에서는 이들을 정경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좀 더 분명히 표명하기에 이릅니다.
영국 성공회는 외경이 “교회가 신도에게 생활의 모범이나 교훈을 가르치려고 할 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외경을 근거로 하여 교리를 제정할 수는 없다.”(39개조 종교 조항 제6조)라고 밝히고, 1647년 웨스터민스터 신학자 총회에서 “외경은 영감으로 쓰인 책이 아니므로 정경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외경은 성경과는 달리 교회 안에서 어떠한 권위도 가지지 못하고, 인정되거나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신앙 고백 제1장 3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제2경전의 일부가 히브리어로 기록된 필사본이 1947년 사해 부근에서 발견되면서 개신교가 히브리어로만 된 구약을 정경으로 인정하던 논리는 더 이상 받아들여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성서학자들이 제2경전의 상당 부분이 예수님과 제자들, 또 바오로 사도의 서간에서도 인용되었음을 밝혀냄으로써, 천주교에서 제2경전을 정경으로 인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정당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 정교회와 대한 성공회는 1977년에 완역되어 출간된 「공동 번역 성서」를 교회의 공식 성경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제2경전을 성경의 끝부분에 따로 모아 놓았습니다.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는 일부 개신교단에서도 「공동 번역 성서」를 인용하거나 사용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성경에 대한 출판과 유권 해석은 천주교의 경우 교도권에 맡겨져 있어 성경 번역과 교리 해석에 차이가 없는 반면, 개신교는 누구나 성령의 영감으로 성경을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고 가르치기에 해석의 차이로 논쟁과 교단 분열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