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라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공식적으로 발행한 성경을 읽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을 통하여 쉽게 접할 수 있는 개신교 성경이 천주교 성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천주교 신자가 개신교 성경을 접할 때에는 구약 성경의 제2경전 부분이 빠져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개신교 성경 가운데에서도 「개역 한글 성경」이나 「개역 개정 한글 성경」의 한글 번역은 오늘날 일반인에게 친숙하지 않고 잘 쓰지 않는 고어 표현이 많아 천주교 신자에게도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대한 성서 공회에서 발간한 「표준 새 번역」(1993년)과 「새 번역」(2004년)이나 생명의 말씀사에서 발간한 「현대인의 성경」(1985년) 등은 현대어로 번역이 되어 있고 과거 천주교가 공용 성경으로 익숙하게 사용하였던 「공동 번역 성서」와 비슷하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천주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행한 「성경」만을 공용 성경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개신교는 대한 성서 공회를 비롯하여 성경 번역 선교회나 일부 개신교단에서 영어 성경을 번역하거나 직접 원문을 번역하여 출간하는 경우도 있기에 성경 번역의 문체와 용어가 서로 달라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개신교에서도 이단으로 간주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후기 성도 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또 하나의 성약이 담긴 「몰몬경」을 경전으로 인정하기도 하고, 일부 사이비 교단들도 성경을 왜곡하여 인용하거나 번역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최근 정경에 속하지 않은 외경(外經)들이 문학 작품으로서 출판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들은 그리스도교 전통 교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초대 교회 시대에 쓰여진 「마리아의 복음서」나 「베드로의 복음서」, 「토마스의 복음서」와 같은 문헌들은 비록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말씀을 일부 보존하였지만 전체적인 논지가 전통적 그리스도교 교리에 어긋나거나 이단적 요소를 담고 있어 정경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외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외경들과 성경의 내용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들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사도들이 간직하고 전승해 온 올바른 교회의 신앙 유산인 정경만을 읽는 것이 건강한 신앙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외경들은 성경과 구분되는 문학 작품으로만 대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 가톨릭교회에서는 경전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책들을 ‘외경’(外經)이라고 부르지만, 개신교에서는 가톨릭이 경전으로 받아들이는 구약 성경의 제2경전을 ‘외경’(外經)이라고 부른다. 또한 가톨릭이 그 출처가 확실하지 않아 경전으로 인정하지 않는 ‘외경’을 개신교에서는 ‘위경’(僞經)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