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구의동본당, 텀블러 기부 캠페인 전개 5주 만에 600여 개 모아
이승은씨가 구의동성당에 설치된 텀블러 기부함에 텀블러를 넣고 있다.
서울 구의동본당(주임 정진호 신부)이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를 통해 지속 가능한 환경과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본당은 7월부터 텀블러를 다시 쓰고 또 새로 쓰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를 기부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본당의 텀블러 기부 캠페인은 본당 신자인 이승은(로사리아, 31)씨와 윤장희(라파엘, 34)씨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부부인 두 사람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며 환경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 일상에서 넘쳐나는 일회용품과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를 떠올렸다. “주임 신부님께 말씀드렸더니 해보자고 하셨어요.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다고도 하셨고요.” 이씨는 “많은 사람이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텀블러를 떠올린 것은 일회용품 대체재로 장려되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신자와 지인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설문조사에서는 1인당 평균 텀블러 6~7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용하는 텀블러는 1~2개에 불과했다. 텀블러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휴대가 편리하지 않아서’, ‘세척하기가 번거롭다’는 답변이 있었다. 부부는 텀블러를 기부받아 세척을 한 뒤 제공하기로 하고, 7월부터 구의동본당을 비롯해 금호동본당, 제로웨이스트샵 등에서 텀블러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캠페인 시작 5주 만에 텀블러 600여 개가 모였다. 이씨는 “신자들 반응은 좋다”며 “다회용기를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은 다들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텀블러 기부 캠페인을 시작하며 디자이너였던 부부는 앞으로 환경을 살리는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각오다. 현재는 텀블러 수거에 집중하고 있지만, 9월쯤 세척시설이 준비되면 텀블러 수거, 세척을 거쳐 다회용기가 필요한 기관을 모집해 제공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텀블러를 원료화한 뒤 새로운 텀블러를 만드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부부는 이를 위해 서울대교구 내 환경 관련 단체들과 18개 지구장 성당에서 텀블러 기부함 설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젊은 청년 부부의 작은 아이디어가 여러 교회 기관까지 동참하는 환경 캠페인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씨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분들은 텀블러를 기부함으로써 환경보호에 참여하시는 것”이라며 “일회용품의 편리함보다 다회용기의 편리함을 느끼도록 해 많은 이가 다회용기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씨도 “환경보호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 분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며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