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다르항 돈보스코 센터 원장 이호열 신부(살레시오회)의 말이다. 이 신부는 불모지였던 이곳에서 16년간 책 출판, 나무 심기 등으로 현지 신자, 학생들의 교육과 몽골 생태 보존에 앞장서 왔다.
2001년 몽골로 선교를 떠난 이 신부는 울란바토르 외곽 암갈랑에 돈보스코 청소년센터를 세우고 소외된 아이들을 보살피기 시작했다. 몽골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맨홀로 들어간 집 없는 아이들을 거두고 교육하는 등 초기 6년여 동안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과 함께했다.
나무 심는 신부
그러다 2007년 다르항으로 소임 이동을 받고는 사목 방향을 바꿨다. 사람에게 쏟아부은 애정을 나무와 꽃에 더 집중했다. 지난해 이 신부는 그가 심은 5000~6000그루가량의 나무를 필요한 이들에게 모두 나눠줬다. 또 지난해 4월 센터 농장에 다시 블루베리 종류의 블랙커런트, 잣나무 등 나무 종자를 파종했다. “저는 땅의 어둠 속에서 어떤 작용으로 싹이 돋아나는지도 모른 채 자연의 조건에 맞춰주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더군요. 그저 씨앗의 발아 성장에 맞는 자연조건을 최대한 짐작해서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할까요.”
이 신부는 자신이 이토록 나무에 애정을 갖는 이유에 대해 “나무는 불러주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고,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번식은 어떠한 동물보다도 뛰어나게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무가 살 수 있는 조건이 모든 생태계가 살아나는 일이 되고, 수많은 생명의 생사가 나무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토록 매달리고 있지 않을까요. 나무는 씨로도 번식하고 열매로도 나눌 수 있지요. 얼마나 좋습니까.”
교리책 번역 등 출판 인쇄
나무 심기와 더불어 출판, 인쇄사업도 다르항 센터에서 주요한 사목이었다. 이 신부가 오기 이전 몽골에는 그 흔한 교리책도 번역돼 있지 않았다. 몽골 교회는 1992년 몽골 정부가 바티칸과 수교하면서 주한 교황대사관 산하 지목구로 설정돼 있다. 현재 60여 명의 선교사들이 활동 중이며, 현지 본당 수는 9개, 신자 수는 300만 인구 중 1500명 남짓이다. 이 신부는 가장 먼저 청소년 인성과 신앙교육을 위해 교리책을 번역했고, 이후 「찬미받으소서」를 비롯해 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서적을 번역, 출판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신부는 이렇듯 농장과 인쇄소 작업에 전념하면서도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교류도 계속 이어갔다. 착한 시민, 정직한 시민을 만들기 위해 첫 3년은 인근 지역 학교를 모두 찾아다니며 인성교육과 금연교육 등을 실시하고 출판한 책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이 신부는 저녁이면 센터를 방문하는 아이들과 몸을 섞으며 운동을 한다. 시간 날 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주요한 소임으로 여기고 있다. 무리한 활동으로 구안와사가 오고 무릎 수술까지 받았지만, 운동 시간에 빠지는 법이 없다.
“‘정직한 시민, 선량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양성하는 돈 보스코 교육 모토에 따른 것입니다. 단체로 움직이는 운동 안에서 나눔의 정신도 실현될 수 있죠. 몸이 성치는 않지만, 아이들과 운동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 신부의 이러한 관심과 열정에 신자들과 아이들도 전적으로 따르고 있다. 16년의 세월이 쌓인 신뢰다. 이 신부는 오는 10월 그간의 소임을 마무리하고, 다른 임지로 이동을 앞두고 있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순명의 삶을 살아가는 수도자답게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아쉽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겨드려야죠. 저는 또 새롭게 구성될 공동체 안에서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잘 찾을 것입니다. 그래도 교황님의 「찬미받으소서」 지향에 이바지하는 방향이 되지 않을까요.”
교황 방문 준비 중인 몽골 교회
아울러 이 신부는 8월 31일~9월 4일 교황의 몽골 사목 방문과 관련해 “다르항에서 어린이 성가대에 뽑힌 3명의 학생이 차로 5시간 걸리는 울란바토르까지 매주 성가 연습을 가고 있고, 또 신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며 “신자 수는 얼마 안 되지만, 단순하면서도 깊은 신앙심으로 정성껏 교황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