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20) 연옥
루도비코 카라치가 그린 연옥. 출처=Wikimedia Commons
개신교와 달리 천주교는 왜 ‘연옥’ 교리를 믿나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상선벌악의 교리에 근거한 천당과 지옥의 존재를 믿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1티모 2,4) 받기를 원하시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고의적으로 거부하는 사람은 “영원한 죽음의 슬프고도 비참한 현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056항)을 겪게 된다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죄의 결과로 누구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고, 이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저승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 힘은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희생 공로입니다. 개신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고백하지 않으면 지옥을 면할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심판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기에 개신교는 죽은 이를 위하여 기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주교는 ‘연옥’에 대한 교리를 믿습니다. 연옥이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게 된 사람들이 죽은 뒤에 하느님과의 영원한 일치를 충만히 누리는 데 장애가 되는 모든 흠을 제거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거쳐야 하는 정화 과정의 상태라고 가르칩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죽었으나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영원한 구원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하늘의 기쁨으로 들어가기에 필요한 거룩함을 얻으려면 죽은 다음에 정화를 거쳐야”(「가톨릭 교회 교리서」, 1030항) 합니다.
초대 교회부터 그리스도교는 죽은 이를 위하여 기도하는 전통을 간직해 왔습니다. 연옥의 정화 상태에 있는 영혼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면 그가 지은 죄의 남은 벌들이 감면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사도 신경에서 바치는 ‘모든 성인의 통공’은 개별 심판 이후 공적 심판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정화가 필요한 영혼을 위한 기도와 미사성제가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개신교 일부에서는 천주교가 연옥 교리의 근거를 개신교가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는 마카베오서에서 찾는다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합니다. 곧 마카베오서에는 우상 숭배에 빠져 죽은 이를 위한 기도의 전통(2마카 12,38-45 참조)이 담겨 있고, 성경의 다른 곳에서도 죽은 이의 영혼이 자비를 입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성경 구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천주교회는 죽은 이를 위하여 기도하는 ‘연도’라는 고유한 전통을 통해서 산 이를 위로하고 죽은 이를 위하여 기도해 왔습니다. 천주교 신자는 산 이와 죽은 이 모두의 하느님께 구원을 청하면서 죽은 이의 영혼이 영원한 행복인 천국에 들도록 기도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간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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