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22) 미사와 예배
천주교는 미사에서 이루어지는 성찬례가 초대 교회부터 사도들이 예수님과 함께 나눈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회생 제사라고 가르친다. 사진은 신부가 영성체를 신자들에게 나누어주는 모습. OSV
천주교의 미사와 개신교의 예배는 서로 다른가요?
종교에는 믿음의 대상인 신에게 바치는 경신례(敬神禮)가 필요합니다. 경신례는 신과 인간을 맺어 주는 통로이자 믿음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 또한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할 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진 하느님의 구원 섭리에 대하여 감사와 찬미, 속죄와 봉헌, 나눔과 희생의 종교적 실천을 해 왔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천주교의 미사와 개신교의 예배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표현하는 경신례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그러나 천주교는 미사에서 이루어지는 성찬례가 초대 교회부터 사도들이 예수님과 함께 나눈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희생 제사라고 가르칩니다. 곧 천주교는 미사를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과 공로를 ‘기념’하고, 감사하는 희생 제사로 받아들였고, 이를 신앙 공동체 형성의 중심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여기서 ‘기념’이란, 과거의 사건을 단순히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기억하는 사건이 생생한 현실이 되게 해 준다는 ‘현재화’를 의미합니다.
반면에 종교 개혁 이후 개신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단 한 번의 희생 제사를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셨기에 더 이상 천주교처럼 미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찬례에서 그 희생 제사를 반복할 이유가 없다고 가르칩니다. 그 결과 개신교에서는 미사의 제사적 성격은 없애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성만찬에서 단순히 회상하는 것으로 여기면서 예배에서 성만찬이 말씀 선포와 설교에 가려지게 되었습니다.
종교 개혁 이후 천주교와 개신교의 대립 현상은 경신례의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천주교는 개신교가 인정하지 않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강조하는 미사와 사제 중심의 공동체로 성장하였고, 개신교는 오직 성경만을 강조하는 개혁 정신에 따라 예배에서 성경 봉독과 목회자의 설교, 그리고 신도들의 찬양이 경신례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천주교는 미사 전례에서 성찬 전례를 준비하는 말씀 전례의 중요성을 점차 강조하고, 개신교는 말씀 중심에서 성만찬의 전통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이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미사와 예배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의 본질적인 요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신자들의 신앙 감각과 잘 부합하는 표현을 천주교와 개신교가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