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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도 같은 신앙인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성소수자 위한 ‘가톨릭 아르쿠스’ 월례 미사 1주년… 연대와 인권 향상 돕는 협력자 이전수(라파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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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연대하고 있는 앨라이 이전수씨가 아르쿠스 월례 미사 1주년을 맞아 성소수자의 인권과 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소수자의 신앙은 누가 돌보나요?”

성소수자와 연대하고 있는 ‘앨라이’(Ally, 협력자) 이전수(라파엘)씨는 ‘가톨릭 아르쿠스’ 월례 미사 1주년을 맞아 교회 내 성소수자의 인권과 신앙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라틴어로 무지개를 뜻하는 ‘아르쿠스’는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가톨릭 평신도 연대 단체. 지난 8월 21일은 아르쿠스 미사를 시작한 지 만 1주년 되는 날이었다.

“잘 버틴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환경과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시작했고, 또 교회 안에서 지지받기 힘든 이들인 만큼 1주년이 더 귀하게 여겨집니다.”

 
이전수씨가 앨라이를 상징하는 배지를 보여주고 있다. 예수성심을 중심으로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레인보우색이 있고, 앨라이를 의미하는 검은색이 이 모든 것을 감싸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이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이씨는 대학생 때부터 인권과 노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연대가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오다 지난해부터 교구, 수도회 사제들과 함께 아르쿠스 미사를 봉헌하며 신앙 안에서 성소수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그의 가장 큰 우려는 실존의 위기다. “성소수자가 온전히 교회에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매번 생사의 갈림길에서 큰 실존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 많으면 한 달에 3번이나 부고 소식이 들려올 정도입니다. 교회의 역할, 사목적 배려가 누구보다 필요한 이들입니다.”

1년이 지난 현재 미사에는 당사자와 부모를 비롯한 사제, 수도자, 앨라이 등 30여 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미사 후에는 허심탄회한 나눔 안에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기도 하고, 그 시간을 통해 다시 신앙을 되찾은 성소수자와 부모도 여럿 나왔다. 이런 긍정적인 영향으로 지금까지는 서울 모임만 진행했지만, 10월부터는 인천에서도 월례 모임을 하기로 했다. 연대의 확장이다.

이씨는 “신자들 가운데엔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충실히 해오다가 성 정체성을 인식한 후 교회의 시선에 상처받고 떠난 이들이 적지 않다”며 “아르쿠스에서 만나보면 신자라는 정체성 역시 깊이 새겨져 있음을 다시금 발견한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동성의 성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2357항)면서도 “그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대하여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활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2358항)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교회가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하지만, 같은 하느님 자녀라는 사실은 불변하다.

이씨는 “하지만 아직도 혐오와 배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정신병으로 보고 치료받아야 한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의학과 생물학을 비롯한 학계에서는 이미 1970년대에 병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교회의 사목적 배려 더 깊어지길

암 생물학을 전공하고 국립암센터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이씨는 “인접 전공을 살려 관련 자료를 모조리 찾아봐도 성소수자가 병리적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들을 죄인으로 낙인 찍고 선을 긋곤 하는데, 그 시작점은 ‘이상하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고 인식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시는데, 해를 끼치지 않는 이들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한 형제자매로 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회는 현재 시노드 과정 안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대교구는 교구 시노드 단계에서 성소수자의 의제를 다룬 경청 모임을 당사자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했고, 미국 가톨릭 성소수자 연대 단체인 ‘디그니티’와 ‘뉴웨이즈미니스트리’도 주교 시노드에 초대받았었다.

이씨는 “적어도 성소수자들이 침해받는 인권 문제와 실존적 위기에 대해 교회의 사목적 배려가 더욱 깊어졌으면 한다”면서 자신의 소명을 굳건히 다졌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연대하고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왔으니 이들과 함께 2주년, 3주년까지 계속해볼 생각입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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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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