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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집단 ‘지존파’를 ‘하늘나라파’로 인도한 수사과장

연쇄살인조직 지존파 검거 주도한 서초경찰서 전 수사과장 고병천(요한 사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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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로 검거된 범인들에게 회개하라는 마음으로 묵주반지를 줬습니다. 5명에게 줬는데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더군요. 설명을 해줬더니 숙연해졌습니다. 반지를 손가락에 끼면서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래요. 그 후 교도소에서 편지가 계속 왔어요. 마지막 편지는 저희는 지존파가 아니라 ‘하늘나라파’라고 왔습니다.”



지존파 5명 중 2명 세례

연쇄살인조직 ‘지존파’ 검거를 주도한 서울 서초경찰서 전 수사과장 고병천(요한 사도)씨는 11일 인터뷰에서 “지존파 5명 중 2명은 천주교 세례를 받고 나머지는 개신교 신자가 됐다”며 담담히 말했다. 그는 최근 33년간 경찰생활을 하며 모은 수사록을 정리한 책 「엄마 젖이 달았어요」(명성서림/1만 5000원)를 출간했다.

경찰 경력 대부분을 강력계 형사로 지낸 고씨는 1976년 순경으로 입직해 2009년 은퇴했다. 1994년 서초경찰서 강력반장으로 일할 때 부유층을 겨냥해 엽기적 납치 살인 행각을 벌인 지존파를 검거했다. 지존파 사건은 일당 7명이 1993년 7월부터 1994년 9월까지 5명을 연쇄 살인한 사건을 말한다. 보름 동안 택시를 몰며 부녀자 6명을 납치 성폭행하고, 2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온보현’을 체포한 것도 그였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스스로 성당을 찾아 세례를 받은 고씨는 강도와 살인범 등 강력범들을 잡으면서도 늘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특히 지존파 행동대장 김현양이 수면제를 먹여 엄마를 살해하려다 그만둔 이유를 듣고 인간은 선한 존재라는 생각을 굳혔다.

“그가 ‘죽이기 전 젖을 한번 먹고 싶어서 입에 물었는데 달았다. 그래서 못 죽였다’고 진술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너무 깜짝 놀랐어요. ‘이 사람한테 이런 선한 면이 있었구나. 우리 기성세대가 잘못해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형 전에 그들이 주님을 알고 주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기도했습니다.”

고씨는 “빈곤이 범죄자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돈이 없어 부모가 싸우고,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요. 제가 맡았던 강력범죄자들은 거의 100가 가난 속에서 어렵게 성장하고 살아왔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설사 불우한 환경이 범죄에 영향을 줬다 하더라도 범죄자를 옹호하거나 동정해선 안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주문했다. “국가와 정부가 나서서 절대적 빈곤을 타파하고 또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백년대계를 보고 범죄를 예방해야 합니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냐

지존파 일당 6명은 1995년 사형됐다. 1997년 이후 우리나라는 사형집행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강력 범죄로 사형제 집행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씨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처벌에 앞서 국가가 적절한 대처를 하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 경찰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치안을 당부했다. “경찰이 길에 많으면 이른바 ‘묻지 마 범죄’가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합니다. 내(경찰)가 자면 국민이 같이 자는데 그럼 누가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잡습니까? 국민이 편안하게 잘 때 경찰은 잠자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야 이 세상이 순화됩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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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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