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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사한다는 ‘면죄부’는 잘못된 용어

[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27) 면죄부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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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죄의 용서의 권한을 교회에 위임하셨기에 고해성사를 통하여 사제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죄의 용서를 선포하더라도 죄에 따른 벌은 고해자 스스로가 보속 행위를 통하여 갚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사진은 미국 뉴욕 성 요한 성당에 있는 모자이크 벽화로, 네포무크의 성 요한이 고해성사를 주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OSV


개신교가 말하는 ‘면죄부’와 천주교가 가르치는 ‘대사’는 어떻게 다른가요?


흔히 종교 개혁의 빌미가 된 대사부에 대한 용어 논쟁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적지 않은 개신교는 16세기에 가톨릭이 성 베드로 대성전을 짓기 위하여 기금을 모으면서 죄를 용서해 주는 면죄부를 남용하였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는 가톨릭의 고해성사의 전통과 죄의 용서 뒤에 남는 벌에 대한 면제를 뜻하는 ‘대사’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본래 라틴어 ‘인둘젠시아(Indulgentia)’란 ‘대사(大赦)’ 곧 ‘관대한 용서’라는 뜻으로, 고해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께 죄는 용서받지만 그 죄에 따른 벌 곧 잠벌(暫罰, 잠시적인 벌)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이 잠벌을 면제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죄의 용서의 권한을 교회에 위임하셨기에 고해성사를 통하여 사제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죄의 용서를 선포하더라도 죄에 따른 벌은 고해자 스스로가 보속 행위를 통하여 갚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다시 말해, 고해성사 이후 죄는 용서받지만 죄의 결과로 남겨진 벌은 보속 행위로 갚아야 하는데 이것을 면제해 주는 것이 대사입니다.

최근 고해성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대사에 대한 의식도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는 고해성사 이후 남은 벌을 면제받고자 사제가 주는 보속 행위를 해야 하지만, 보속 행위를 했다 하여도 삶에 남겨진 죄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신자들은 보속 행위의 경중을 따지기보다는 교회의 공로로 베푸는 대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성심과 이웃에 입힌 상처를 갚고 영적인 치유와 죄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사는 통상 교황이나 주교들이 줄 수 있습니다. 대사의 조건으로 고해성사, 영성체, 기도, 성지 순례 등의 신앙 실천이 필요하며 어떠한 물질적 요구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사는 고해자에게 남겨진 모든 잠벌을 면제해주는 전대사와 일정 기간 동안 쌓인 잠벌을 면제해주는 한대사(부분 대사)로 나뉩니다.

16세기 전후로 가톨릭에서는 대사의 전통이 대중적으로 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사제가 강론에서 대사의 은혜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마르틴 루터를 비롯한 종교 개혁가들은 대사부에 대한 비난과 교회의 세속화로 복음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대사부를 오용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대사부’가 ‘면죄부’로 번역되어 널리 알려졌습니다. 개신교가 사도들의 후계자에게 맡겨진 사죄권을 넓게 해석하여 죄의 결과인 벌을 면제해 주는 ‘대사부’를 죄까지 사면해주는 증서로 오해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천주교는 ‘면죄부(免罪符)’란 용어가 가톨릭교회가 금전적 대가를 받고 신자들의 죄를 사면해주었다는 인상을 주기에 잘못된 표현으로 시정을 요구하였고, 벌을 사면하게 한다는 뜻의 ‘면벌부(免罰符)’로 용어 변경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개신교는 죄의 용서를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받는 것으로 보기에 교회의 중개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죄와 벌의 관계에 대한 가톨릭 교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개신교는 연옥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기에, 죄의 결과로서 죽은 이가 연옥에서 남은 벌에 대한 정화를 필요로 하고, 대사를 받은 이는 연옥 영혼에게 대사의 은혜를 양보할 수 있다는 교리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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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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