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신부, 마라톤 대회 참여… 70년 역사 지닌 성당이 초고층 아파트 건설에 위협 받고 있음 알리려
춘천교구 동명동본당 주임 이기범 신부가 10월 29일 춘천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명동본당 제공
춘천교구 동명동본당 주임 이기범(가운데, 보라색 모자) 신부가 10월 29일 춘천에서 열린 마라톤에 참여한 후 신자들과 함께 성당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동명동본당 제공
“속초 동명동본당 하느님 백성들의 의지와 간절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10월 29일 열린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42.195㎞를 달리는 ‘자신과의 싸움’에 한 사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춘천교구 동명동본당 주임 이기범 신부다.
이 신부의 마라톤 도전은 본당을 지키기 위한 의지를 전하려는 방편이었다. 이 신부가 사목하고 있는 동명동성당은 70년에 달하는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속초의 명소지만, 지난해부터 주변에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면서 경관을 해칠 위협을 받아왔다.
주변 초고층 아파트 건설
이 신부는 “전국 성당 가운데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성당을 창조된 모습 그대로 온전히 보전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뛰었다”면서 “마라톤을 통해 아무 대책 없이 대세에 따르려는 이들, 본당이 처한 어려움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신부가 절박하게 성당 보전을 호소하는 이유는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본당의 미래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성당 주변에 고층 건물이 완공되면 일조권과 조망권이 침해당하는 것은 물론, 전망이 완전히 가려져 해돋이 명소였던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 역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동명동성당 주변에 고층 빌딩이 들어선다면 70년의 긴 역사를 이어온 성당의 본래 모습을 지켜 후손에게 전해야 한다는 중요한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신자 수 감소 등으로 성당의 존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문화재 등록 예고
이를 막기 위해 본당은 서명을 받고, 매일 기도를 바치며 성당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왔다. 얼마 전에는 본당의 노력에 힘입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다만 이 신부는 “성당이 국가등록문화재가 된 덕에 성당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행법상 주변 재개발과 관련해서는 (문화재 등록이)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는 재개발 추진 속도가 더뎌지긴 했지만 언제 상황이 바뀔지 알 수 없는 만큼 본당 전체가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부는 성당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국 신자들의 관심과 기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본당에서 초고층 건물 건설 저지를 위한 재정 마련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14만 4000명 은인 모집’, 성당의 비경 속에서 펼쳐지는 강연 프로그램 운영 모두 신자들의 관심과 호응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동명동성당은 경관으로 따지면 전국에서 으뜸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런 곳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이 모든 경관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전국 신자들이 십시일반으로라도 도와주신다면 성당 앞의 비경을 지킬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요청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