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31) 천주교 성직 제도와 개신교 목회직은 서로 다른가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보좌주교로 임명된 두 사제가 축복을 받고 있다. OSV
천주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베드로의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시어(마태 16,18 참조), 그를 머리로 하는 열두 제자의 사도단을 통하여 역사 안에서 지속적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신앙 공동체로 부르셨다고 고백합니다.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지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 사명을 수행하는 사도들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입니다.
그러나 12, 13세기 이후 유럽에서는 십자군 전쟁으로 말미암은 죄책감과 부귀영화를 삶의 목적으로 삼는 것에 대한 회의가 교회 안에 커졌습니다. 그 결과 종교 체제로서 하느님을 섬기기보다는 ‘신비로운 직접 체험’을 강조하는 신비주의 운동이 퍼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톨릭 교황청과 일부 수도원의 타락과 부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들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의 연속선상에서 마르틴 루터는 성직 제도를 지닌 제도 교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교회 쇄신을 위하여 교황 제도와 함께 성직주의를 비난하였습니다. 그는 사제품을 받은 성직자와 평신도를 구분하는 가톨릭의 교계 제도를 비판하면서, ‘만인 제사장’ 또는 ‘만인 사제설’을 주장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만인 사제설’이란 누구나 하느님의 동등한 자녀로서 성령의 도움으로 직접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쟁은 천주교와 개신교의 갈등을 일으켰고, 20세기 초까지도 가톨릭교회는 교황권을 강조하며 성품을 받은 성직자를 중심으로 한 교계 제도를 강조하는 반면, 개신교는 교계 제도를 부정하며 성령을 받은 신자 공동체라는 영적 교회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대립된 해석을 낳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개신교와의 대화를 통하여 일치 운동을 촉발시킨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는 교회를 인간적 요소와 신적 요소로 결합된 ‘하느님의 백성’이자 ‘그리스도의 몸’으로 고백하며,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과 직무를 인정합니다. 이는 교계 사제직과 그 정도만이 아니라 본질에서 다르기는 하지만,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으며, 각기 고유하고 특수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교회 헌장」 10항 참조)
개신교 교단들 가운데에는 천주교처럼 서품을 통하여 주교직을 간직하고 있는 교회들이 있고, 장로들이 중심이 된 회중교회의 형태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개신교 목사는 천주교처럼 성사적인 서품을 받지는 않고 합당한 자격을 가진 이가 기도와 안수를 받고 목회자로 교역(敎役)을 수행합니다.
오늘날 천주교와 개신교의 사목자는 직무 수행에 앞서 이 땅에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기 위하여 세상에 봉사하는 직무로 부름 받았다는 점을 기억하고 함께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