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학원 이대봉 이사장, 장학회 설립하고 학폭 예방 교육 앞장… 최근 인촌상 상금도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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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고 있는지 천국에서 보고 있다고 믿습니다.”
학교 폭력 가해자 처벌에만 집중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대봉(시몬, 82, 서울 홍제동본당, 참빛그룹 회장) 서울예술학원(서울예고) 이사장의 용서를 향한 행보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상금 1억 원에 1억 더 보태 기부
지난 10월 11일 민족지도자 인촌 김성수(1891~1955) 선생의 유지를 기리고자 제정된 인촌상 시상식에서 교육부문을 수상한 이 이사장. 그는 이날 받은 성금 1억 원에 사비 1억 원을 더해 10월 23일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운영하는 미혼모자시설 ‘생명의 집’과 ‘모성의 집’에 각각 1억 원씩 기부했다.
그의 기부가 조명받는 이유는 비단 성금 액수에만 있지 않다. 이 이사장은 1987년 서울예고 학생이었던 어린 막내아들 대웅군을 학교 폭력으로 잃었다. 아빠는 미국 출장 중 비보를 듣고 바로 귀국해 아들에게 달려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복수심에 불타있었다. “영안실에서 마주한 아들은 표정 하나 찡그리지 않고 평안하게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저의 죄가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3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이지만, 10일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아직도 아들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글썽였다. “하느님께서 곁에 두고 싶어 일찍 데려가셨다고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경찰은 가해자를 최대한 강하게 처벌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요.”
가해자들은 용서를 빌겠다고 청했지만, 이 이사장은 불같은 자신의 성격을 알기에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라 절대 찾아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곤 자신만의 방법으로 용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드린 후 삼우제 날 교정에서 옮겨온 주목(朱木) 두 그루를 아들의 무덤 앞에 심고, 추모 음악회도 열었다. 교정에는 음표 모양의 비석을 세워줬다. 이후 이 이사장은 아들을 살릴 순 없지만, 살아있도록 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는 일이었다. 곧바로 아들의 이름으로 장학회를 설립했다. 나아가 그는 가해자를 선처해달라고 직접 구명운동을 펼치기까지 했다.
“신앙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런 길을 걸었겠어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복음을 실천한 거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지독한 가난에 허덕이던 18세 때 부산 중앙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신앙 안에서 살아온 그는 “하느님께서 먹고살도록 마련해 주셨으니, 감사의 의미로 보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엔 아들의 아픔이 서린 서울예술학원에서 재정 지원을 호소하며 인수를 요청해왔고, 그는 곧바로 응답했다. 그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신입생들은 학교 폭력 예방교육을 최우선적으로 받고 있다. 또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좋은 시설을 마련해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맞아 교내에 5층짜리 서울아트센터를 개관했다.
하늘나라 아들이 기뻐할 거라 생각
이 이사장의 나눔은 국내 형편이 어려운 학생뿐 아니라, 중국의 독립운동가 자손과 베트남 소수민족 학생까지 5만 명 넘는 이들에게 이어졌다. 지금까지 그 액수만 221억 원에 달한다. 또 우리나라 출산율 저하에 대한 우려와 버려지는 아기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접하고는 힘닿는 대로 미혼모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최근 ‘생명의 집’과 ‘모성의 집’에 기부하며 그 의지를 보여줬다.
“장학회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하느님 뜻으로 여깁니다. 누구보다 내 아들 대웅이가 하늘나라에서 기뻐하고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