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장로교단에선 주교 기능 ‘노회장’ 직분 둬
한국 루터회, 장로교 영향받아 총회장이라 불러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오전 회의가 끝난 뒤 시노드 에큐메니컬 대표인 인도 말란카르 정교회 기바르게세 마르 바나바스 대주교와 인도 칸누르의 알렉스 바다쿰탈라 주교가 바티칸 바오로6세 홀을 떠나고 있다. OSV
주교(主敎, Bishop)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 ‘에피스코포스(episkopos)’에서 유래하였는데, 이 단어는 본디 로마 제국에서 순회하며 공공건물을 관리하던 관직으로 ‘감독하는 자’, ‘관리자’, ‘지도자’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이 용어가 가톨릭교회의 주교 직무에 적용되면서 각 지역 교회로 파견되어 복음을 전하고 주교단의 일치를 통하여 정통 신앙을 수호하며 신자들을 돌보는 목자의 소명을 받은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정착한 것입니다. 오늘날 주교직은 신앙 교리를 수호하며 가르치고 성사를 집전하며 신자 공동체를 돌보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가톨릭교회처럼 주교직을 가진 교회는 정교회와 성공회입니다. 정교회는 동방에 복음을 전한 사도의 전승을 지니고 있어서 가톨릭과 유사한 주교직이 있습니다. 전 세계의 정교회는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가 명예적 수위권을 가지지만, 교회를 이끄는 행정적 권한은 지역 교회의 주교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성공회도 주교직 교회이지만 가톨릭과는 달리 교구 의회에서 성직자와 신자가 투표로 주교를 선출합니다.
개신교단 가운데 장로교단은 사도전승의 성서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주교직을 부정하지만, 교회를 대표하고 관리하는 주교와 같은 기능적인 역할로 ‘노회장’ 직분이 있습니다. 감리교회의 경우는 주교라는 이름 대신에 ‘감독’이란 호칭을 사용하는 ‘감독제 교회’에 속합니다. 감독은 천주교의 교구에 해당하는 연회를 책임지고 이끌며, 목사 안수의 권한을 가집니다. 그러나 한국 감리교회는 역사적 사도 계승권을 인정하지 않기에, 감독을 ‘장로’와 같은 직분으로 이해하여 감독에게 교회의 대표자 역할과 목사를 안수하고 파견하는 권한만 줍니다. 이때 감독은 선출직이며 임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루터교는 북유럽에서 널리 퍼지면서 가톨릭의 주교직과 같은 주교 직무를 유지하였지만, 20세기 중반에 본격적인 한국선교가 이루어진 기독교 한국 루터회는 한국 개신교의 주류인 장로교의 영향을 받아 주교직에 해당하는 직무를 ‘총회장’이라고 부릅니다.
가톨릭교회는 주교가 사도들의 후계자라고 가르칩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의 공생활과 그분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최초의 증인들이고, 이들에게 약속된 보호자이자 협력자인 성령이 내리시어 ‘맺고 푸는 권한’, 곧 교도권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교는 지역 교회, 곧 교구를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이며 자신의 관할 교구 내에 사목을 도울 사제와 부제에게 성품성사를 집전할 권한을 가집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할 교구 안에서 다양한 직무와 권한을 위임할 권한도 가집니다.
교황 또한 로마의 주교지만 전 세계 교회를 이끌기에 지역 교회의 의견 수렴을 통하여 지역 교회의 주교를 임명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도울 교황청 관료들을 임명하기 위하여 주교품을 직접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톨릭의 주교직은 교황과 전 세계 교회가 ‘하나의 교회’로 구성되어 있음을 가시화합니다. 이러한 교회는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맡긴 복음 선포의 권한으로부터 시작된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라는 점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