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어린이에게 ‘가고 싶은 나라’를 물었더니, ‘하느님 나라’라고 답하더군요. 가고 싶은 여행지를 말할 줄 알았는데, 뒤통수 크게 한 대 맞았죠. 신자들을 인터뷰하며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더라고요.”
전교 주일부터 사진과 인터뷰 올려
지난 15일 서울대교구 포이동성당. ‘평범한 이들의 신앙 이야기’를 수집해 SNS에 게재하는 사제를 만났다. 김강룡(서울대교구 포이동본당 보좌) 신부다. 김 신부는 지난 10월 전교 주일부터 인스타그램 페이지 ‘성당사람들’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성당사람들’의 주요 콘텐츠는 인터뷰. 미사 후 길게 대화하기 어려운 신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붙잡고 인터뷰한 뒤 전문 사진가 뺨치는 얼굴 사진을 촬영해주고서 SNS에 올리는, 간단하면서도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김 신부만의 사목이다.
“지난 2월 본당에 부임해오고 보니 인사만 하고 오가는 경우가 많아 아쉽더라고요. 신자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를 시작해 게재하게 됐습니다.”
서로 힘과 위로 얻고 배우게 돼
SNS 운영은 이제 한 달 남짓 됐지만, 그 사이 벌써 30여 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축구 유니폼 입고 온 어린이부터 엄마와 아들, 청년 부부,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성당 사람들’이 벌써 본당 식구들로 꽉 채워졌다. “신앙에 초점 맞춰 인터뷰합니다. 초등학생이나 청소년들에겐 주로 ‘성당에 오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묻고, 반대로 신앙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에게는 하느님을 만나는 기쁨, 신앙 체험을 묻습니다.”
김 신부는 본당 보좌 신부로서 일상을 담은 숏폼 영상을 SNS에 이따금 게재 중이다. 먼저 다가가기 위한 김 신부의 노력에 힘입어 ‘성당 사람들’은 타 본당에서도 화젯거리다. 특히 젊은 신자들의 반응이 좋다.
“청년들도 참 힘들죠. 신앙 안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거나 지치기도 하죠. 그런 청년들이 제 SNS에서 30~40년씩 신앙생활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신앙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위로를 얻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를 통해 신자들끼리 시노드를 하는 셈이죠.”
시노드의 가치 실현 아닐까
‘본당 신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거기엔 미디어를 통해 시노드 교회의 가치, 즉 ‘친교와 참여, 선교’를 활성화하겠다는 김 신부의 의지도 담겨 있다. 신앙으로 소통하며 친교를 다지고, ‘신앙은 어렵지도,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란 의미를 비신자들에게까지 전하는 것이다.
김 신부는 “‘모두가 신앙의 길을 걷는 주인공’임을 두루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의 SNS는 그야말로 모든 양 떼들에 친근하게 다가가는 ‘사목의 도구’인 셈이다. 김 신부의 꿈은 하느님 말씀을 잘 전하는 ‘따뜻한 그릇’ 같은 사제가 되는 것이다. SNS를 통해 하느님과 평신도, 사제와 평신도, 그리고 평신도들끼리 관계를 연결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김 신부의 설명이다.
“첫 페이지 소개 글에 ‘평범한 천주교 신자들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듯이 더 많은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타본당 동료 사제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웃 본당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도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담 갖지 말고 연락해주세요. 저랑 인터뷰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