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의료윤리 심포지엄서 문제 제기... 홍영선 명예교수 “유럽서도 자살 급증”
제4차 가톨릭 의료윤리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심포지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의사조력자살이 허용될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홍영선(가톨릭대 내과학교실·안드레아) 명예교수는 11월 24일 가톨릭중앙의료원 윤리위원회 의료윤리전문소위원회가 개최한 제4차 가톨릭 의료윤리 심포지엄에서 “조력존엄사법을 국회에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스위스에서는 조력존엄사가 제도화함에 따라 자살이 줄었다는 보도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유럽에서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 도입 이후 오히려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수는 현저히 늘었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2022년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홍 교수는 이날 ‘의사조력자살 제도화의 윤리 문제’란 특별 강연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의사조력자살이 합법화된 후 말기암환자였던 한 여성은 의료보험회사로부터 항암치료가 거부될 것이란 편지를 받았고, 문의 결과 1달러 20센트로 구입 가능한 조력자살약이 지원될 것이란 응답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또 “이처럼 의사조력자살이 법제화되면 죽음이 기본적이고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자살이 전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미끄러운 경사길 논증’(slippery slope argument)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 의사조력자살이 허용될 경우 경사길에 공을 굴리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락사 도입 시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안락사를 당하거나, 신체적 혹은 인지 능력이 부족한 약자들이 안락사로 내몰리는 등 생명경시 풍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한 미국 오리건 주는 2021년 의사조력자살을 선택한 환자의 97.5가 호스피스에 등록했던 사람으로 나타났다”며 “의사조력자살의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받는 호스피스 케어가 이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조력자살을 선택하는 장소가 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오리건 주의 호스피스 기관 중 의사조력자살에 참여하지 않거나, 질 높은 호스피스 돌봄 공급에 초점을 맞춘 경우는 36에 불과했다”며 “오리건 주에서 호스피스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이 의사조력자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로, 우리에게도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이화성(프란치스코) 원장은 “산하 8개 병원에 임상의료위원회 설치는 물론 교육과정까지 개발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며 “국내 어떤 병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성과이자, 의료 현장에서 CMC 영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