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에 도움이 되는 자료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컸죠. 바티칸 도서관에서의 전수조사는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였어요. 거대한 바티칸 도서관에서 단순히 한국 관련 자료를 찾는 게 아니라 한국을 언급한 자료를 다 찾아내는 것이었으니까요.”
직간접적 자료 3409점 찾아
바티칸 도서관에서 한국에 대해 언급된 도서는 총 897권(16∼21세기)인 것으로 조사됐다. 복음화부 역사문서고에서는 1622년부터 1958년까지 한국에 대해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자료 3409점이 확인됐다. 한국과 교황청 수교 60주년 기념사업으로 5년간 진행된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이 남긴 큰 결과물이다. 사업은 이제 마무리 단계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주교회의가 추진한 국가 간 프로젝트이지만, 결국에는 바티칸 도서관과 사도문서고, 복음화부 역사문서고에 사람이 들어가 한국 관련 기록물을 손으로 찾아내는 일이었다. 이 가운데 교회문화유산학 전문가인 이정숙(실비아, 53, 청주교구 진천본당) 연구원이 있었다. 이씨는 한국 전담 연구원으로, 한국에서 이탈리아 현지인들로 구성된 자료조사 연구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업의 실무를 도맡았다.
“특히 초대 춘천교구장이자 교황 사절 서리였던 토마스 퀸란(1896∼1970) 주교님 문서를 정리하면서 당신 나라도 아닌 곳에서 이렇게까지 희생하신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한국에 있었던 모든 선교사의 활동과 외국에서의 물적, 영적 도움에도 감명을 받았어요.”
이 연구원은 2002년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 종교학과에서 교리교육을 전공했으며, 2006년에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회역사와 교회문화유산학을 공부했다. 이어 동 대학교에서 교회문화유산학 석사학위를 받고, 2010년에는 바티칸 사도문서고(당시 비밀문서고) 학교를 졸업했다. 사도문서고 학교에서는 문서(기록) 및 고문서학을 공부한 이 분야 전문가다.
그가 이탈리아에서 교회문화유산학을 공부하며 만난 교수와 동문들은 사업 진행에 큰 도움이 돼줬다. 바티칸 도서관에서 전수조사를 하려면 이탈리아 현지인 연구원들이 필요했는데, 모두 바티칸 사도문서고를 졸업한 이들로 선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바티칸에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를 비롯한 총괄 책임 신부 등 관계자들과 네 차례 방문해 사업 현황을 살폈다. 그는 전문가들과 함께 복음화부 역사문서고의 1939년 이전의 필사본 자료를 판독하는 작업도 했다.
기록과 역사의 관계
이번 사업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으로 20세기의 어둡고 슬픈 기간에 교회를 이끈 비오 12세 교황 재위(1939∼1958) 당시 교황청과 한국 관계에 대한 조사도 처음 이뤄졌다. 그는 “비오 12세 교황의 자료가 공개됐을 때 유럽 교회에서는 교황청 역사문서고에 들어가려고 줄을 섰는데, 한국 교회에서는 문의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이 연구원은 “문서를 연구하는 것과 교회사를 연구하는 것은 다르다”면서 “이 사업은 문서를 발굴하는 것이지 연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는 연구자들의 몫이고, 기록사의 몫은 기록을 역사와 어떻게 잘 연결해주느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 교회가 태동한 시기도 중요하지만 한국 전쟁 이후의 한국 교회가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연구도 많이 나오길 바란다”며 “한국 교회에서 문화유산과 관련된 문서 일을 계속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