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부자들이 마음껏 쓸 전기를 만들기 위해 원자력(핵) 발전소를 가동하죠. 그러는 동안 그 피해는 주변 거주민이나 하청 노동자 등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오롯이 받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도시 사람은 ‘원전을 멈추면 지금처럼 전기를 쓰지 못해 생활이 불편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만 하죠. 에너지 문제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계기입니다.”
강우일(전 제주교구장) 주교가 지난 12월 16일 수원교구청에서 열린 「내가 원전을 멈춰 세운 이유」 북 콘서트에 출연했다. 「내가 원전을 멈춰 세운 이유」(생활성서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원전 재가동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히구치 히데아키 전 재판장이 쓴 책이다. 저자는 원전의 위험성과 부실한 안전성 기준 등 판결을 내린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독자들에게 더는 침묵하지 말고 원전을 멈추는 일에 동참하도록 촉구한다. 2014년 당시 판결 요약문인 ‘후쿠이 지방 재판소 오이 원전 운전 금지 소송의 판결 요지’도 부록으로 실었다.
2021년 3월 일본에서 발간된 이 책은 강 주교의 제안으로 지난 11월 국내 번역 출간됐다. 강 주교는 한국어판 추천사를 통해 “(현지에서 원서를 읽고) 저자의 의도와 판단에 크게 공감했다”며 “우리나라 독자들도 이 재판관의 통찰과 호소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체르노빌과 동급인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더 심각해진 핵의 위협에 생존이 위태로운 처지다. 사고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고 있고, 핵에너지는 ‘저렴한 친환경 에너지’로 위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활성서사와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핵 위험성을 거듭 알리고, 탈핵 사회를 향한 연대를 호소하고자 강 주교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를 마련, 환경 문제를 꾸준히 전하고, 책과 인연이 있는 강 주교를 연사로 초대했다. 강 주교는 “원전은 구조적으로 ‘절대 안전하지 못하다’는 치명적, 태생적 결함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도 일부 학자들이 그저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자기 최면에 빠진 격”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은 곧 욕구를 절제하고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며 환경을 위한 역할을 당부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양기석(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신부는 지난 10월 일본 후쿠이·후쿠시마 등지로 한일탈핵평화순례를 다녀온 경험을 공유하며 국내에 퍼진 ‘원전 안전신화’의 부실성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