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낮 2시께 서울 남산 둘레길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콜롬비아인 관광객 A씨가 마침 산책을 하던 한 사제의 신속한 대처로 위기 상황을 넘긴 사실이 알려졌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서울 분원 김성찬(마태오, 분도출판사 사장) 신부는 휴일을 맞아 수도원 인근 남산 둘레길을 산책했다. 둘레길을 돌아 남산 케이블카 방향을 걸어가는데 앞서 가던 외국인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이 모습을 본 김 신부는 뛰어가 의식을 잃은 남성을 갓길로 안전하게 옮긴 다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남성은 호흡이 없는 상태였고 몸도 조금씩 굳어갔으나 김 신부의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얼마 후 닫힌 숨을 내쉬었다. 남성의 의식이 돌아오자 김 신부는 119에 구조를 요청했고, 구급차가 오는 동안 당황해 하는 남성의 가족들에게 영어와 스페인어로 “나는 사제다. 안심하라”고 침착하게 위로했다.
지난밤 내린 눈으로 남산 둘레길이 빙판이 돼 구급차가 사고 지점까지 오지 못하고 구급대원들이 접이식 환자 이송기를 끌고 오자, 김 신부는 그들을 도와 환자를 구급차까지 이송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 신부는 남성이 이송되는 응급센터를 확인해 택시를 불러 그의 가족과 함께 순천향대병원 응급실까지 가서 진료받는 데 도움을 줬다. 김 신부의 신속하고 헌신적인 조치로 자칫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를 막아낸 순간이었다. 다행히 콜롬비아인 남성은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김성찬 신부는 “길을 걷는데 갑자기 사람이 쓰러져 생각할 겨를 없이 달려갔다”며 “남성이 의식을 회복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