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선택한 참다운 삶
제과제빵 기술 배우고 자격증 취득
한국외방선교회 직업학교에서 활동
현지 아이들 꿈 키워주며 보람 가득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코미소(KOMI SO) 직업학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오토바이 수리부터 미용, 재봉, 제과, 제빵 기술을 교육하고자 한국외방선교회가 설립한 학교다. 이곳에서 김상집(라파엘)ㆍ김은경(도미니카, 서울 도림동본당)씨 부부 선교사가 2년째 제과ㆍ제빵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일시 귀국한 이들을 만났다.
부부는 본래 제과ㆍ제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남편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합참) 작전ㆍ정보 분야에서 근무하던 유능한 공군(예비역 중령) 장교 출신, 아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운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일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며 가정을 이뤄온 부부는 어느 날 대화 중 “참다운 ‘제2의 삶’을 살아보자”고 이야기했다. “여보, 우리 선교사가 돼볼래?”
남편이 선교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6~7년 전. “‘군인도 남을 위해 사는 삶을 살지만, 진정 이웃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아내한테 얘기했는데, 흔쾌히 동의해줄 줄은 몰랐죠.” “그래! 좋아요.”(아내)
그 길로 부부는 세상 복음화를 위해 한국 교회가 설립한 최초의 해외 선교 전문 공동체 ‘한국외방선교회’를 찾았다. 선교회에선 ‘제과ㆍ제빵 기술을 배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부부는 흩날리는 밀가루 속에서 선교의 희망을 꽃피웠다. 부부는 선교의 꿈을 키우며 빵과 케이크, 과자를 만드는 제과제빵기능사 등 여러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마침내 남편이 군 생활 30년을 채운 2022년. 하던 일을 훌훌 털어낸 부부는 그해 3월 캄보디아 땅을 밟고 선교사가 됐다. 1년여 캄보디아어를 배운 두 사람은 지난해부터 학생들과 빵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4명이 졸업했고, 올해 6명이 입학했다. 졸업생 2명은 취업에 성공했다. 부부는 “제과ㆍ제빵 졸업생은 다른 학생들보다 4~5배 많은 월급 200달러를 보장받고 취업할 정도로 인정받는다”며 뿌듯해 했다. 부부는 그렇게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며 자신들의 꿈도 채우고 있다.
다만 활동하다 보니 걸리는 것이 ‘코미소 직업학교’의 낡은 시설이다. “학교가 너무 오래됐어요. 벽도 갈라지고 천장도 엉망입니다. 비가 오면 학교가 잠기기 일쑤죠. 아이들 신발이 학교 마당에 둥둥 떠다니는 진풍경도 펼쳐집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해맑게 꿈을 키웁니다. 학업 환경이 개선돼 더 많은 아이가 꿈을 펼치길 기도합니다.”
부부는 “평신도 선교사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평신도 선교사’라고 하면 개신교 선교사로 아는 이가 많습니다. 귀국해 몇몇 성당을 방문하면서 평신도 선교사 활동을 알렸는데, 대부분 ‘우리 천주교에도 평신도 선교사가 있느냐’는 반응이었죠. 저희 이후 평신도 선교사 3호, 4호가 나왔으면 해요.”
이를 위해 누구라도 선교사 소명이 생기면 과감히 문을 두드릴 것을 제안했다.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신 문을 두드리고자 하는 용기 있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면 무조건 두드리세요. 그다음 진짜 내가 갈 수 있는 길인지는 주님께서 알려주실 겁니다. 주님 사랑을 나누는 선교사의 삶, 해볼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