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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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받으소서 정신으로 맛을 낸 ‘수사세끼’

요리사 출신 임영준 신부, 수도회 유튜브 채널 통해 신자들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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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수사 신부 임영준 신부가 수도복에 앞치마를 두른 채 국자와 뒤집개를 들고 있다.

수도복 위에 셰프 모자와 앞치마를 하고 카메라 앞에 선 사제가 있다. 요리사 출신 임영준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다. 임 신부는 수도회가 운영하는 ‘BJBS 가톨릭 복자방송’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수도자들과 함께 직접 요리를 선보이고, 가르치기도 하면서 특별한 사도직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회 유튜브 채널의 코너로 시작한 그의 방송명은 ‘수사세끼’. 재치있는 이름으로 출발한 방송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에 따라 집에서 쓰고 남은 식재료로 간편하게 요리하는 것을 지향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친절한 설명에 웃음까지 유발하는 임 신부의 요리방송은 ‘한끼 식사’에 중점을 둔다. 외국에서 온 수사와 함께하는 방송은 ‘같이 한끼’, 요리에 젬병(?)인 수사가 요리해 대접하는 방송은 ‘겨우 한끼’ 등 친근하게 다가가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김장하고 남은 배추로 5분 만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배추말이전골부터 냉장고에 쟁여놓은 떡을 이용해 색다른 맛의 떡꼬치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소재로 전문 요리사 뺨치는 방송으로 지금까지 20여 편에 이르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임영준 신부가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BJBS 가톨릭 복자방송’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직접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BJBS 가톨릭 복자방송’ 제공 


여러 수도자를 초청해 요리를 소재로 대화도 하고, 선교지 수도자들과 일상, 성소 이야기도 나눈다. 요리하는 수도 사제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을까. 최근 시즌 2를 이어가며 시청자들에게 요리 꿀팁을 전하고 있다. 발음에 유의해야 하는 방송명 덕에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미사 부탁을 받고 성당에 갔는데, 한 자매님이 복덩이(수도회 유튜브 시청자 애칭)였어요. 저를 보자마자 ‘수사세끼!’라고 외치시더라고요. 주변에서 당황하는 신자들을 보곤, 곧바로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렸지요. 제가 원한 게 딱 이런 상황입니다. 성직자, 수도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려워하거나 거리를 두지 않는 모습 말입니다. 우리 다 부족한 사람들이잖아요.”

수도회 입회 전 임 신부는 촉망받는 요리사였다. 요리사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호텔에도 취직했고, 한식과 일식·양식 모두 능숙하게 해내면서 멀리 호주의 호텔에서도 제안이 왔다. 호주행을 택한 임 신부는 일하면서도 새벽에는 단과대학에서 호텔경영 수업을 들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몸에 이상이 왔다. 침대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허리 통증이 심했고, 결국 꿈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0년 넘게 노력한 것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는 허탈감에 그는 한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 그런 그를 보고 본당 선배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 선교사 모임으로 이끌었다. 임 신부는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선교사들의 사연을 듣고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하필’ 왜 내가 그때 그 사람을 만나 이렇게까지 됐을까 여겼는데, ‘마침’ 주님께서 그때 그렇게 마련해 두신 거라고 이내 깨달았습니다. 곧바로 이끄심에 응답했죠. 영적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임 신부는 “주님께서는 부족한 사람을 부르시는 것 같다”고 했다.

“부족한 게 많을수록 채워줄 게 많고, 또 받은 만큼 돌려줄 게 많습니다. 교회가 너무 신비주의로 꽁꽁 싸매고 있기 때문에 신자들도 어려워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도복에 앞치마, 잘 어울리지 않나요?”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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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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