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끊임없는 전쟁과 분쟁이 이어지는 중동 한복판에서 10년 넘게 이웃을 돌보며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는 수도자가 있다. 이미숙(살레시오수녀회 중동관구) 수녀다. 이 수녀는 2011년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부상자와 환자들을 돌본 것을 시작으로, 요르단 암만을 거쳐, 2014년부터 현재까지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머물며 팔레스타인 신자 가정을 돌보는 사도직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 수녀의 활동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리아와 이라크, 요르단 등지에서 난민을 돌보는 사도직 또한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미숙 수녀는 후원금 모금을 위해 잠시 한국을 찾았다.
시리아 다마스쿠스는 이 수녀가 “주님께서 불러주신 이곳에서 저를 써달라”고 기도하며 찾은 첫 선교지였다. 2011년 간호사이자 선교사로 내전 중에 다친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이 수녀는 말 그대로 죽음을 각오하고 선교지로 떠났다. 하지만 이 수녀가 직접 마주한 전쟁의 참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끊임없는 폭격·총성, 그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부상자들을 돌보며 이 수녀 역시 심신이 극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혈되지 않은 상처와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가는 사람들, 밀려드는 구급차까지… .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멈출 법도 한데, 2년이 지나도 참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편안히 잠들 수도 없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매일 정원에 떨어진 따끈따끈한 총알을 줍다 보면 절로 죽음의 공포가 몰려옵니다.”
전쟁은 단순히 교전을 끝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너진 삶 자체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수녀는 현 소임지인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신자 가정을 대상으로 일자리와 주거지, 교육 지원 활동을 펼치는 것은 물론, 시리아와 이라크, 요르단에서도 난민들을 위한 식료품과 생필품·학비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실상 중동 전체를 대상으로 사도직 활동을 펼치는 셈이다.
전쟁의 공포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도 이 수녀의 활동 범위를 넓힌 배경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나사렛에 저희 수도회가 운영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는 물론, 서안지구에서도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이죠. 전쟁과 무관한 지역으로 보이지만, 나사렛 인근에도 종종 로켓과 폭탄이 떨어지곤 합니다. 4000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최소한 대피소라도 설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죠. 하지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이라고 남의 일처럼 바라봐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역이 넓은 만큼 도와야 할 사람은 많다. 하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이 수녀는 직접 성지 관광 가이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으로 중단된 상황. “과거 한국 교회도 많은 이들, 특히 여러 선교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국처럼 전쟁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다시금 돌려주는 것, 이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