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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신자에게 건넨 7000원의 행복

서울 종로본당, 사순 시기 맞아나눔 실천 위한 마중물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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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종로본당 한호섭 주임 신부.


지난 2월 18일 사순 제1주일 미사를 마친 서울대교구 종로본당 신자들은 저마다 ‘돈 봉투’를 들고 성당을 나섰다. 봉투에 든 돈은 7000원. 요즘 물가로는 한 끼를 해결하기도 힘든 돈이지만, 교우들 얼굴엔 엷은 미소가 가득했다.

“성당에 돈을 내기만 했지, 받아본 적은 없으니까요.”(웃음)

한호섭 주임 신부는 이날 300여 개의 봉투를 준비했다. 주일 미사에 많으면 300여 명의 신자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한 신부는 강론에서 봉투의 정체를 밝혔다. “이 돈을 마중물로 사순 시기 단식과 절제를 통해 모은 돈을 더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 어딘가를 위해 쓰고 그 결과를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알려주십시오.” 총 250만 원 상당의 재원은 한 신부가 직접 마련했다.

“제가 먹고 마시는 걸 더 줄여야죠.(웃음) 도곡동본당 보좌로 있을 때 정민수 주임 신부님이 하셨던 건데, 우리 본당 평균 봉헌금이 한 분당 7000원 조금 넘거든요. 서울대교구 안에서 상당히 큰 금액이라, 교우분들의 정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7000원으로 책정했어요. 총 350개 정도의 봉투가 나갔는데, 7000원 자체는 적지만 신자들이 함께하면 금액도 커지고 더 다양한 곳으로 나눠질 테니 확장성도 있겠죠.”

당일 미사에 참여한 기자 역시 성당에서 돈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 일단 기분이 좋았고, 신부님의 발상이 신선했고, 어디에 어떻게 쓸지 궁리하다, 일단 기사부터 쓰기로 했다. 하지만 당혹감을 느낀 신자도 많았다고 한다.

신해균(안토니오) 사목회장은 “아무래도 신자들의 연령층이 높은데 처음 경험하는 거라 ‘돈을 보태서 성당에 내라는 얘긴가’ 오해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구역 모임이나 반 모임 등을 통해 취지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했다. 또 “기존에 하던 기부에 보태든 새롭게 좋은 일을 시작하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니까 결국은 모두 행복한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한 신부는 그 ‘궁리’ 자체가 목적이라고 했다. “다들 저만 보면 골치 아프다고 하시는데, 안 해봤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지, 눈여겨보면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이 보일 거예요. 그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가톨릭 신자로서 모범이 될 수도 있고요.”

주변에 거주지가 없다 보니 종로본당의 신자 수는 적다. 주로 활동하는 교우들은 60대이고, 청년회는 10여 명이 전부다. 주일학교도 없다. 하지만 한 신부는 이 같은 상황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몸집이 작으니까 봉투를 드릴 수 있었던 거죠.(웃음) 연세가 많기 때문에 변화가 힘든 건 있어요. 그렇지만 호응도는 못지않아요. ‘여기는 내 본당’이라는 애착도 강하고, 뭔가를 할 때는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도 강하시고요. 그래서 제가 무엇을 하든 잘 따라와 주세요. 그게 종로본당만의 문화인 것 같아요.”

한 신부의 기획력과 신자들의 호응 덕분일까. 최근 시작된 견진교리자 80여 명도 봉투를 받고 사순 시기 나눔을 고민 중이다. 본당은 7000원의 마중물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매주 게시판에 공개해 숙제로 고민 중인 교우들에게 힌트를 주고, 더 다채로운 가지치기를 유도할 방침이다.

“재밌고 즐겁고 새로운 걸 종로본당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하반기에는 교우들과 배론성지에 가서 미사도 봉헌하고 바람도 쐴 계획입니다. 위로를 받든지 힘을 얻든지, 성당에 오는 게 기쁘고 즐거워야죠!”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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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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