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현(바오로, 82)씨가 흡족한 듯 멀끔해진 머리를 쓸어 넘긴다. 뇌병변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그는 2023년 10월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한우리’가 생기기 전까지 미용실을 찾아 전전했다. 비장애인에 비해 미용 시간이 3배는 더 소요돼 미용실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한 탓이다. 간간이 받아주는 곳이 있어도 휠체어를 탄 채 미용 서비스를 받다 보면 원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샴푸실 의자까지 이동이 어려워 머리까지 감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이곳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서초구립한우리정보문화센터 내 ‘헤어 한우리’를 비롯한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장애인들에게 인기다. 문턱이 없어 휠체어로도 진입이 가능하고, 특수 제작된 일체형 의자로 미용과 머리 감기를 앉은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이동을 돕는 전동 리프트까지 구비돼 있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에서만 볼 수 있는 세심한 배려들이다. 보호자들의 쉼은 덤이다. 남편이 미용 서비스를 받는 동안 잠깐의 여유를 되찾은 서은희(엘리사벳, 77)씨는 “장애인들이 눈치 안 보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어 벌써 세 번째 방문했다”며 “무엇보다 장애인복지센터 안에 있어서 보호자가 다른 볼일 볼 동안 믿고 맡길 수 있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지역 사회와 가까이 있어 장애인들의 환영을 받는 곳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헤어카페 더휴’ 상계점은 2022년 10월 문을 연 전국 최초 장애인 친화 미용실. 겉보기엔 일반 미용실과 다를 바 없지만, 들어가 보면 전동휠체어가 충전 상태로 곳곳에 구비돼 있다. 화장실 거울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 눈높이의 맞춰 기울어져 있다. 구석구석 자리한 배려만큼 웃음도 넘쳐난다. 3살 때 겪은 소아마비로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는 이혜숙(69)씨는 “헤어카페 더휴가 생기고 나서 장애인으로서 가진 일상의 무거운 짐을 하나씩 내려놓게 됐다”며 “저렴한데도 머리는 제일 예쁘게 해주셔서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역 사회에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생기면서 비장애인에겐 어렵지 않은 일상일 수 있는 장애인의 미용실 이용이 편해지고 있다. 노원구 장애인복지과 장애인친화도시팀 김기곤(베드로) 팀장은 “장애인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처음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고안하게 됐다”며 “단순히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투명인간이 돼 은둔했던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로 나와 비장애인에게 낯설지 않은 일상을 영유하길 바라며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창 미용 서비스를 받던 손님 왕계현(64)씨는 “제가 마치 좋은 관리를 받는 사람이 된 기분”이라며 “이런 서비스가 더욱 확대돼 대중목욕탕과 같은 비장애인이 누리는 일상을 동등하고 편히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