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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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들의 ‘한국 이모’, 함께 울고 웃는 사랑의 통역사

생명 주일에 만난 사람 - 유연실(젬마) 입양 통·번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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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실 통·번역사는 입양 통역에 대해 "사랑과 책임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실상 낙태죄 폐지 상태로, 음지에서 수많은 태아의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임신과 출산 자체를 모두가 지극한 사랑의 행위로 더욱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태어났지만 여러 이유로 부모의 손을 떠나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까지 4년간 유기된 아동은 매년 평균 150여 명에 이른다. ‘고아’, ‘요보호아동’ 등 이들을 칭하는 단어는 다양하지만, 가장 적절한 말은 ‘지켜진 아이들’이 아닐까. 생명 주일(5일)을 맞아 지켜진 아이들의 ‘한국 이모’ 역할을 해온 유연실(젬마) 입양 통·번역사를 만났다.

“입양된 아이들을 흔히 ‘가슴으로 낳았다’고 표현하죠. 아이를 처음 만나는 날, 발을 어루만지며 우는 양엄마를 보면서 그야말로 ‘또 다른 산고를 치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씨는 2020년 1월 해외 입양 통역을 시작했다. 하필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시기였기에 입양 과정 또한 무척 고됐다. 이탈리아인 양부모와 한국을 떠나기 직전, 아이가 갑자기 많이 아팠다. 유씨는 이때 하루종일 토하는 아이의 발을 주무르며 고통스러워하는 양엄마의 눈물을 지켜봤다. ‘모성애’였다.

유씨는 대한사회복지회에 소속돼 통역하는 4년 동안 25명의 아이에게 새 가정을 찾아줬다. 통상 해외 입양 때 양부모는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최소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야 한다. 법원 심사를 받아야 하고, 이후 입양이 허가되면 아이를 데리러 오게 돼 있다. 코로나 시기 양부모들은 방문 때마다 2주씩 격리해야 했고, 꼬박 두 달간 한국에 머물러야 했다.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통역사 역시 그렇다. “단순히 돈을 벌려고 이 일을 하면 힘들죠. 법원의 소환 요청에 따라 만사 제쳐두고 모든 일정을 맞춰야 하거든요. 아이가 따뜻한 부모 아래에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늘 임하고 있어요.”
 
코로나 기간, 양부모들이 모든 입양 과정을 거치고 비자를 기다리는 동안 유연실 통·번역사와 함께 키즈카페에 방문했다. 유연실씨 제공

처음엔 법원 심사 과정에서도 많이 울었다. 친부모나 위탁가정 부모가 아이들에게 남긴 사랑의 편지를 번역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도는 감정 소모가 큰 입양 과정에서 버팀목이 됐다.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사랑으로 아이와 양부모들을 대할 수 있게 해달라’고 늘 기도한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도 진학했다. 대학원을 다니며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친부모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어쩔 수 없이 처음에는 ‘어떻게 아이들을 버릴 수 있나’ 이런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열 달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에요. 이 아이들을 무사히 낳아주어서, 지켜주어서 이제는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유씨는 생명윤리연구소의 교육위원으로도 꾸준히 봉사하고 있다. 다문화교류네트워크(호프키즈) 사무국장이자 이탈리아 입양기관 SRAI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대변인 역할도 하고 있다.

유씨는 이탈리아의 새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됐는지, 양부모로부터 아이의 세례성사 대모 요청을 받기도 한다. “이탈리아로 출장 가면 숙소가 필요 없을 정도예요. 양부모들이 늘 집으로 초대해주시거든요. 그들은 저를 통해 아이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려주고, 덕분에 저는 입양된 아이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요. 입양 통역사로 느낄 수 있는 큰 기쁨입니다.”

무럭무럭 자라 아이들이 ‘한국 이모’를 반겨주고, 유씨가 떠날 때 “이모 꼭 다시 와!”라고 말할 땐 고귀한 생명을 통해 가족처럼 연결된 감정마저 느낀다. 어느덧 4살이 된 아이가 유씨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이모가 내 엄마야?” 꾸준히 찾아오는 한국 이모를 친엄마인 줄 여기고 던진 아이의 순수한 질문이었다. 유씨는 이렇게 답했다.

“엄마는 아니지만, 너를 너무나 사랑하는 한국의 이모야. 너는 사랑의 과정으로 이곳에 왔고, 한국에 있는 모두가 너를 사랑하고 있어.” 입양을 통해 양부모의 품에서 자라는 모든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그의 진심이기도 하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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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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