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푸스데이 프로덕트(생산품)’예요. 하하. 신앙은 태어났을 때부터 가정에서 배웠죠. 제 생일이 4월 28일인데, 5월 4일에 유아 세례를 받았어요. 병원에서 집으로 오자마자 세례받은 거죠. 부모님이 진짜 잘 키워주셨어요.”
깊은 눈망울에 서글서글한 미소. 감탄할 때마다 말 끝에 ‘대박’을 붙이는 그는 영락없는 한국 청년 같다. 등산길에 먹는 파전과 육전·막걸리를 가장 좋아하며 개량한복을 즐겨 입는다. 그의 책장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집과 피천득 작가의 「인연」이 꽂혀있다.
성가정, 18남매 중 다섯 째
후암피 포스티고(한국명 서지환, 요한 바오로, 30)씨는 199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8남매 중 5번째로 태어났다. 이 중 3명은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12년 오푸스데이 예비회원으로 한국에 왔다. ‘하느님의 사업’이란 뜻의 오푸스데이는 ‘일상생활의 성인’이라 불린 성 호세 마리아 에스크리바가 1928년 스페인에서 설립한 평신도 단체다.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의 일을 성화시킴으로써 선교사명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오푸스데이가 아니었으면 저는 한국에 없었을 거예요. 오푸스데이 회원이신 부모님을 통해 제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확신을 갖게 됐고, 주님의 자녀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오푸스데이 영성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했다. 식사 전 가족이 함께 모여 묵주 기도를 바치는 것은 세수하고 이를 닦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차를 타고 가족이 함께 이동할 때 동네 낙태하는 병원 앞을 지날 때면 누구 하나가 꼭 묵주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 식사는 가족이 다 함께 했어요. 동생들이랑 한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얼마나 즐겁고 기뻤는지 몰라요.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 끝이 없어요. 동생들은 모두 자신의 가정을 만들고 싶어 해요. 가정을 꾸리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경험했으니까요. 지금 형 한 명만 결혼했는데 벌써 형수가 셋째 임신 중이에요. 동생 13명은 바르셀로나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죠.”
모든 신앙생활에서 강제는 없었고 자유만 있었다. 다만, 부모는 아이들 곁에서 항상 기도하고 매일 미사를 봉헌했다. 이 가족은 2015년 ‘유럽 대가족상’을 받았고, 영국 BBC 다큐멘터리 ‘세계 최고의 대가족’에도 출연했다. 그가 자신을 ‘오푸스데이 프로덕트’라고 소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버지의 형제·자매는 14명, 어머니의 형제·자매는 16명에 이른다. 이모와 삼촌, 고모가 30명인데 이 중 오푸스데이 회원이 17명이다. 사제는 3명이다.
생명운동가로 활동
포스티고씨도 대가족을 이루는 게 꿈이었지만,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부르심은 독신에 있음을 깨달았고, 오푸스데이 독신 회원으로 오푸스데이의 선교사명을 살고 있다. 스페인에서 생명대행진과 낙태 반대를 위한 기도운동에도 동참한 포스티고씨는 그 끈을 놓지 않고 한국에서도 생명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고려대에서 스페인 문학 석사를 받은 그는 현재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 등을 수입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포스티고씨는 “오푸스데이의 영성에 매력을 느끼는 한국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호세 마리아 성인의 편지를 읽으면서 ‘일상 생활의 성화’라는 가르침이 기쁘게 다가온다”고 했다.
“일하면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일상생활을 통해 하늘나라로 갈 수 있다는 것이죠. 이걸 깨닫는 순간?. 와우,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