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 좋아요. 열심히 일해서 결혼도 하고 싶어요.”(김 베드로씨)
“제가 스스로 돈을 번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더 안정된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이 요셉씨)
서울 남대문시장 여기저기에 ‘꽃을 든 남자’들이 눈에 띈다. 손에 들린 한 아름 든 꽃처럼 이들은 하나같이 장래의 밝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서울대교구 남대문시장준본당(주임 이정훈 신부)이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 ‘우리물터’의 자활 프로그램 ‘착한 이웃’을 통해 자립해 나가고 있는 이들이다.
남대문시장준본당이 노숙인들의 ‘착한 이웃’이 돼주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들을 평범한 이웃으로 봐달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지만, 본당 공동체와 꽃시장 상인 모두가 그들의 형제자매가 되고 있다. 현재 우리물터 이용자 5명이 남대문시장 내 꽃시장에서 배달과 청소일을 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은 자율에 맡긴다. 스스로 원하는 때에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8년 시작한 ‘착한 이웃’은 우리물터 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벌써 6년째에 이른다. 본당이 20년 넘게 해온 우리물터 운영에서 나아가 그들의 삶까지 동반하고 있다.
김 베드로(가명)씨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10년 넘게 거리를 전전하다 우리물터를 찾았고, 착한 이웃에 참여하게 됐다. 김씨는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사람들을 두루 만나고 이야기하며 삶에 불을 밝히게 된 것”이라며 “꽃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를 열심히 뛰게 하는 것은 이웃들의 격려와 감사 인사다. 김씨는 꽃배달을 꾸준히 하면서 작은 방도 하나 마련했다. 앞으로 더 힘을 내 이전엔 꿈꾸기 어려웠던 가정을 꾸리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 요셉(가명)씨도 10년 넘게 거리에서 노숙인 생활을 했다. 삶에 희망보단 어둠만 드리웠던 그는 우리물터에 나와 착한 이웃에 참여하며 이젠 자립까지 바라보고 있다. 최근엔 세례도 받았다. 이씨는 “신부님과 봉사자들을 만나 이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주님의 자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스스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앞으로는 좀더 안정된 일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꽃시장 상인들은 이들이 ‘성실하고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 ‘신속 정확하게 배달한다’는 등 호평 일색이다. 이와 함께 상인들도 어려웠던 이웃을 돕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서로 ‘착한 이웃’이 되고 있는 셈이다.
남대문시장준본당 박종석(로렌조) 사회사목분과장은 “착한 이웃에 참여하는 노숙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어두웠던 표정이 환하게 변해가는 모습이 보인다”며 “처음엔 주변 사람들도 이들을 경계하곤 했지만, 함께 일하면서 서로 마음의 문이 열리고, 인식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당 공동체가 함께 힘을 합치면 노숙인들과 동반할 수 있음을 느꼈다”며 “하느님 백성인 우리부터 노숙인들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이들을 착하고 평범한 이웃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