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의 농인(청각장애인) 사제인 서울대교구 박민서 신부가 5월 23일 시카고 가톨릭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에파타(열려라)!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란 제목의 논문으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농인 사제가 이 같은 주제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유례가 없다. 박 신부의 연구 결과 등 노력으로 농인 사목에도 새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박 신부가 박사학위를 받게 된 계기엔 석사 논문 지도 교수인 카르멘 낸코 페르난데스 박사의 권유가 있었다. 2021년 2월부터 미국 워싱턴교구에서 청각장애인 사목을 하던 박 신부의 언론 인터뷰를 보고 페르난데스 박사가 박 신부에게 먼저 연락해 권유한 것이다. 그 후 박 신부는 그해 8월부터 시카고 가톨릭연합신학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했고, 5월 13일 논문이 심사를 통과했다.
박 신부는 “농인들은 사목적 돌봄을 받아야 할 대상자가 아니라, 그들도 청인과 같이 하느님 자녀로서 교회에 스스로 참여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면서 “청인들은 농인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농인들의 경험도 공유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신부는 이어 “농인의 박사학위 취득은 농인 사회 안에서도 놀랍고 기쁜 일”이라며 “하느님 은총에 힘입어 한국어·한국 수어·미국 수어에 이은 저의 네 번째 언어인 영어로 박사논문을 썼고, 농인도 박사학위 논문을 쓸 수 있음을 보여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