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재 아빠스는 12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서울 분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우리 삶이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과 개방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총재 아빠스는 “겸재 정선 화첩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유산을 많이 수집하고, 한국에 선교사가 파견된 이래 한국인들의 삶의 자리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것은 이미 그곳에 있는 ‘하느님의 흔적’을 이해하기 위함”이라며 이날 공개된 100여 년 전 우리 모습이 담긴 한국 사진 자료에 대한 의미를 부연했다.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를 비롯한 선교사들은 우리가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더 깊이 이해하려는 지적 호기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국인의 심성에 맞게 하느님을 선포하기 위해 불교를 이해했고, 사찰과 불상들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베버와 우리 수도자들은 한국의 종교가 표현하는 맥락에서 삶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컸습니다. 문화의 개방성, 한국 문화의 가치를 향유하는 것이 선교 베네딕도회의 정신입니다.”
슈뢰더 총재 아빠스는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왜관 수도원과 연대해 한국 관련 문화유산을 반환하고, 많은 소장자료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쌓인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물관 유물은 인질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알리는 훌륭한 대사”라며 “이번에 공개한 오틸리엔 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들이 다양하게 잘 활용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5년마다 열리는 정기 시찰을 위해 2일 입국한 슈뢰더 총재 아빠스는 수도자 면담, 왜관 수도원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 축복,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 조사 성과 공개회 참석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새로 지은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 에 대해서는 21세기인들을 환대하는 표현으로 현대 건축물을 지어 감사하다고 평했다. “환대는 베네딕도회의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사람들이 수도원에 와서 신앙을 보고 배우며, 심화할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선교 과제를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왜관 수도원 분원인 미국 뉴튼 수도원이 오는 10월 설립 100주년을 맞는 데 대해서도 한국에서 이룬 선교 성과가 미국에서도 결실을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왜관 수도원은 동아시아 전체에서 가장 큰 베네딕도회 수도원입니다. 그래서 한국 교회 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뉴튼 수도원은 한국의 에너지를 가져와 그곳의 이민 한인사회에 연결하면서 미국 교회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100주년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영적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아울러 슈뢰더 총재 아빠스는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아빠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36위’ 시복시성 건에 대해 “2025년 희년에 특별한 은혜를 기대하고 있다”며 “내년에 뭔가 진전되는 것을 보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왜관 수도원 소속 장경욱(아론) 신부가 원장으로 있는 쿠바 산호세 주님 공현 수도원 건립 공사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기쁜 소식도 함께 전했다.
“이미 건물 일부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14년 만에 마침내 일어나고 있으며, 그간 한국 신자들의 많은 기도와 도움에 크게 감사드립니다.” 슈뢰더 총재 아빠스는 18일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