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절대 욕심내지 않습니다.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생장(生長)에 필요한 만큼만 머금고 흘려보냅니다. 다른 식물은 그 물로 자라나고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지요. 자연에서 배울 점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숲의 가치를 전하는 사제가 있다. 지난 5월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을 취득하고 숲 해설가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청주교구 신성근 신부다. 로만 칼라 위로 자격증을 목에 건 신 신부는 자연의 위대함을 신앙의 언어로 전하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 정년보다 5년 일찍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후 들어선 길이다. 덕분에 숲 해설가 신부 1호 타이틀을 얻었다.
2015년 교회 안팎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그 동력이 됐다. 신 신부는 “「찬미받으소서」 반포 후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며 “생태계 전반에 대한 모든 방향이 결집돼 있는 환경백서”라고 밝혔다. 현재 사제 신분으로 숲 해설을 하는 신 신부에게 「찬미받으소서」는 교과서이자 나침반이다.
“숲이 우리보다 먼저 존재했습니다. 숲은 끊임없이 베푸는데 하느님께서 관리자로 임명한 인간이 도리어 침입자, 파괴자가 된 상황입니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이 주는 향기를 신앙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죠.”
자연과 신앙 모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무상으로 주신 선물이라는 명제 아래 그 가치를 숲 속에서 살아있는 언어로 전하는 것이다.
“숲은 우리에게 참 많은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해만 바라보며 자라는 식물이 자기 자리를 내어주기도 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듯이, 우리도 주님을 바라보는 동시에 일상 안에서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죠.”
숲 해설에 신앙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다 보니 순례자들의 반응도 좋다. 신 신부는 “사제의 숲 해설은 살아있는 강론”이라며 “신자들도 그걸 느끼는 모습을 볼 때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신 신부의 숲 해설 활동 공간은 배티순교성지와 연풍순교성지다. 신앙 선조의 순교정신 이야기도 더해지는 것이다.
“성지는 그 옛날 교우촌이었습니다. 그때도 숲은 있었지요. 신앙 선조들은 마을 어귀 느티나무에 앉아 모든 대소사를 얘기했을 겁니다. 수많은 순례자의 간절한 신앙을 담고 있는 그 나무를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습니다.”
신 신부는 느티나무를 비롯해 단풍나무·소나무 등 숲으로 둘러싸인 성지의 모든 피조물을 신앙적으로 재해석해 전하고 있다.
“요즘은 숲 속 자연의 정보를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빽빽하게 적은 노트가 무색해지곤 합니다. 그러나 숲 해설가의 역할은 정보 전달이 아닙니다.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죠. 거기에 저는 신앙의 언어를 덧붙인 거고요.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본당에서 준비한 강론보다 더 많은 품을 들이고 시간을 투자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살아있는 신앙을 함께 나눌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