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영웅입니다. 가족과 지역 사회·고국을 위해 먼 이국땅에 와 자신을 희생하는 모든 동티모르인에게 깊은 애정과 격려를 보냅니다.”
고국의 가족을 대신해 ‘부모의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는 동티모르 교회 딜리대교구장 비르질리오 다 실바 추기경이 재한 동티모르인들에게 따뜻한 명절 인사를 건넸다. 살레시오회가 14~15일 서울 관구관과 충남 아산에서 진행한 다 실바 추기경과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재한 동티모르 축제에 참석
동티모르는 인구 130만 명 정도로, 강원도 크기의 작은 나라다. 현재 재한 동티모르인은 약 5800명. 그중 약 35(2000여 명)가 15~18일 열린 재한 동티모르인의 추석 축제 ‘페스타 아미쿠스 2024’(FESTA AMICUS)에 참여해 형제애를 나누고, 다 실바 추기경을 만났다. 그는 “2002년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동티모르는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한 국가”라며 “국가 내 자본과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매년 수백 명씩 다른 나라로 떠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다 실바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근 아시아·오세아니아 순방 중 9~11일 동티모르 교회를 방문했던 기쁨을 자국민에게 전해주고자 한국에 왔다. 그의 방한은 이번이 네 번째다. 다 실바 추기경은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마지막으로 한국에 왔을 때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초대로 서울대교구를 방문했는데, 의료 분야에서 협조의 기틀을 다졌었다”고 밝혔다. 다 실바 추기경은 교황이 동티모르 교회에 방문했을 때 풍경을 재한 동티모르인들에게 생생히 전하면서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님은 ‘동티모르인들의 신앙이 곧 동티모르의 문화가 되고 정체성이 된다’는 것을 거듭 확인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교황은 동티모르의 젊은이들에게 “이제 여러분이 한국에 갈 수 있도록 준비하자”면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로 초대했다고 한다. 다 실바 추기경은 “수도 딜리에서 이뤄진 교황님과 젊은이들의 만남은 비록 짧았지만, 매우 풍요로웠다”며 “확실히 전 세계 젊은이들이 세계청년대회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교황님과의 만남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6000명에 달하는 많은 젊은 동티모르 노동자가 한국에 와 있다”며 “교황님 방문을 통해 젊은이들이 교황님을 가까이 만나고자 하는 열정을 확인했기에, 재한 동티모르 공동체가 서울 WYD에 더욱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한국인처럼 존중해 주길
다 실바 추기경은 재한 동티모르인들을 고용한 사업주들에게도 “우리 동티모르인들을 고용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한국에 있는 동티모르인들을 한국인과 같이 존중하고 대우해준다면 분명 큰 격려가 되어 여러분이 원하는 일을 더욱 열심히 돕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실바 추기경은 “이번 방문을 통해 실제 한국 교회의 많은 기관이 이주노동자에게 문을 활짝 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재한 동티모르인들의 가족을 대표해 한국 교회 모든 공동체와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