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의 거울이듯, 어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본보기다. 아이들에게 어른의 자리가 꼭 필요한 이유다. 일터에 나가는 부모를 대신해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방과 후 보금자리인 ‘우리들의공부방’ 박문예(도로시데이) 센터장은 17일 새 단장한 공부방에서 “우리들의공부방은 아이들이 방과 후 뛰어놀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들어줄 어른들이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우리들의공부방은 2001년 노틀담 수녀회가 ‘민들레 생활한복’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자녀를 보살피고자 처음 설립, 2002년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맡았다가 2015년부터는 서울가톨릭복지회가 운영하고 있다. 일터에 나가는 취약계층 가정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의 숙제부터 부족한 기초학습을 지도한다. 문화 프로그램·심리 상담 및 멘토링, 식사를 제공하며 또 다른 가정이 돼주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 37명이 다니고 있다.
박 센터장은 “요즘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도 느는 추세라 부모들이 숙제 등을 봐주기 어려워 공부방을 찾기도 한다”며 “주로 근처 초등학교·주민센터·서울 관악구청 등에서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추천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들의공부방에서는 비용 걱정 없이 육아의 고충도 마음 터놓고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박 센터장은 “부모의 이혼으로 삼남매 모두 할머니 손에 맡겨져 공부방에 온 사례가 있다”며 “첫째였던 초등학교 4학년 아이는 동생들을 돌보며 어른들의 눈치까지 보느라 의기소침했는데, 이후 밝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또래와도 잘 지내고 학교생활도 성실하면서 밝아진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며 “공부방을 졸업한 친구들은 청소년 지역아동센터로 연계해 계속 건강히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부모의 부재로 정서적 결핍이 있다면 내면이 채워지도록 돕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아이들의 마음도 함께 돌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리들의공부방은 아이들과 밀접한 관계망을 형성해 관찰하고 대화하며 그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고 취약하다”며 “그렇기에 사회와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질 때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선 부모들의 관심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과 지원이 매우 필요합니다. 이를 간과한다면, 이후에 더욱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저희가 모든 아이를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하고 있는 겁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