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6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국회 직원에서 늦깎이 사제가 된 홍찬기 신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홍찬기 신부가 9일 국회 경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마흔 살 돼서야 세례성사
성소 깨닫고 사제 되겠다 결심

국내서 사제의 길 못 찾고 방황
일본서 교구 사제 되는 길 제안
나가사키대교구서 사제품 받아



“저는 사제가 되기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나이도 많고 세례도 늦게 받았고 집안도 신심이 깊지 않았지요. 하지만 주님께서는 이런 저도 사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어요. 저를 통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알려주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 국회. 신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곳에서 ‘성소’를 발견한 이가 있다. 바로 3월 20일 일본 나가사키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은 새 사제 홍찬기(52) 신부다. 그렇게 사제가 된 그가 9일 국회를 찾아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미사를 봉헌했다.

‘국회 출신 사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홍 신부가 사제품을 받는 과정은 일반적인 경로와 차이가 크다. 세례성사를 받은 것도 만 40세였던 2013년. 불혹의 나이에 주님의 자녀가 됐고,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사제품을 받은 것이다.

“어렸을 때엔 개신교 교회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천주교에도 관심이 많았지요. 아버지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한을 감명 깊게 보시고는 저를 순교성지로 데려가기도 하셨습니다. 그곳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를 택했던 선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앙심이 싹트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홍 신부는 신림동 고시원 시절부터 신앙에 본격적으로 관심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당시 바쳤던 기도가 자신을 사제의 길로 이끌었다고 회상했다. 홍 신부는 “고시 공부하던 때에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공부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다”며 “어느 날 수심에 가득 찬 채 ‘하느님께 나아가고 싶으니 저를 데려가 주세요’하고 청하기도 했는데 하느님께서 이 기도를 기억하시고 사제로 받아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홍 신부는 2013년부터 집 인근 인천교구 소사성당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세례성사를 받았다. 국회 직원으로 일하며 신앙생활을 하던 중 자신이 성소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수녀님과 이야기하다가 제가 성소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박사학위 논문이 나왔던 때 다시 성소를 느끼게 되죠. 논문을 주님께 봉헌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국회 경당에 왔는데 갑자기 몸이 무너지듯이 엎어졌고 눈물이 나더군요. 이후 어떻게든 사제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찾았습니다.”

어렵사리 사제가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미 마흔을 넘긴 나이와 국회 직원이라는 경력도 사제가 되는 데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방황하던 홍 신부는 일본에서 길을 찾게 된다.

“알고 지내던 유학생의 도움을 받아 나가사키에서 일본 프란치스코 수도회 관구장 신부님을 만났는데 그분께서 교구 사제가 되는 길을 제안해주셨습니다. 교구 역시 흔쾌히 받아주더군요. 어디든 순명하겠다는 마음이었기에 기쁘게 7년간 신학교를 다녔습니다.”

수많은 산을 넘고 어렵사리 사제품을 받은 홍 신부. 국회 직원에서 일본 교회 한인 사제로 새 삶을 시작한 그는 수품 성구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는 요한 복음 말씀을 따라 우리 마음속에 계신 예수님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사제가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우리 삶은 결국 주님의 이끄심에 따라 결정됩니다. 앞으로 공동체와 함께하며 각자 마음속에 성령이 계심을 신자들에게 일깨우며 함께 걸어가는 사제로 살겠습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4-1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4. 16

티토 2장 2절
나이 많은 남자들은 절제할 줄 알고 기품이 있고 신중하며, 건실한 믿음과 사랑과 인내를 지녀야 합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