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한인본당 신자들이 5월 25일 가톨릭신학원에서 열린 본당의 날 행사에서 응원전을 펼치며 환호하고 있다.
“화이팅!” “간바떼!”(がんばって, 힘내세요!)
주일인 5월 25일 도쿄 가톨릭신학원. 관광지가 밀집한 도쿄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이곳에 한국 대중가요와 한일 언어가 섞인 응원소리가 새어나왔다. 일본 도쿄대교구 동경한인본당이 ‘본당의 날’ 행사를 통해 신앙과 우애를 다진 날이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 명의 신자가 함께하며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구역별 4개 팀을 이뤄 신발 양궁, 캥거루 릴레이, OX퀴즈와 응원전, 단체줄넘기 등으로 기쁨도 나눴다. 특히 올해는 동경한인본당이 도쿄대교구 인가를 받아 교구 주교좌 세키구치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지 35주년 되는 해이다. 나이 불문하고 한가족처럼 뭉친 신자들의 미소가 한국의 여느 공동체와 다를 바 없이 더 끈끈한 모습이다. 이들은 ‘東京韓人天主??の日’(동경 한인 천주교회의 날)이라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타지에서 신앙을 지키며 함께하는 의미를 되새겼다.
동경한인본당은 광복 직후인 1950년대 한국인 신자들이 소규모 모임을 결성하며 출발했다. 이후 8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도쿄 지역 한인 신자들의 신앙 요람이자 고국을 향한 향수를 달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적 신자 수 900여 명 중 주일 미사에 400여 명이 참여하고 있고, 주일학교 학생 70여 명, 청년이 30여 명이 튼튼한 신앙 공동체를 이어오고 있다. 여느 본당들과 마찬가지로 교리, 새 신자 입교, 신심 단체 및 청년활동과 성사로 은총을 받고 친교를 나누고 있다. 우리말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울에서 인천만큼 떨어져 왕래하는 데만 수시간 걸리는 요코하마에서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도 있다.
본당 주임 강신구 신부는 “본당 신자 대부분이 우리말로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려는 마음 하나로 1~2시간 떨어진 곳에서 성당을 오가고 있다”며 “본당은 주님을 만나며 신앙 갈증을 해소하고, 타지에서 한국인 정체성을 확인하는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본당은 한인 청년들에게도 큰 위안을 주고 있다. 15년째 일본에서 살고 있는 배용완(티모테오, 33)씨는 “같은 믿음을 지닌 우리 교우들이 타지에서 함께하기에 더 유대감을 느끼고 위안을 얻는다”며 “한국에서 신앙없이 지내다가 일본에 와서 믿음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지내는 한국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역동적이고도 활발한 동경한인본당의 분위기는 일본 교회도 주목하고 있다. 도쿄에서 50여 년째 살고 있는 가나자와(요셉, 76)씨는 “한국어를 쓰면서 봉사와 사랑도 실천할 수 있는 게 한인본당의 매력”이라며 “본당의 활기찬 모습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의 일본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