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흑석동본당 성가대의 아름다운 도전
알타 푸스테리아 국제 합창제에 참가한 글로리아 시니어 합창단 단원들이 한복을 입고 공연을 하고 있다. 글로리아 시니어 합창단 제공
평균 연령 70대 성가대 동문들
두 사제 헌신으로 합창단 결성
이탈리아서 열린 합창제 참가
60년 전 서울 흑석동본당 ‘글로리아 고등 성가대’에서 활동하던 주일학교 학생들이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 합창제 무대에 올랐다. 평균 연령 70대가 된 ‘글로리아 시니어 합창단’은 6월 11~15일 이탈리아 돌로미티에서 열린 제29회 알타 푸스테리아 국제 합창제에 참가해 한국의 아름다운 노래를 세계에 알렸다.
글로리아 시니어 합창단은 실내공연·야외공연·합창연회 등 모두 6개 무대에 올랐다. 동요·가곡·성가·기타곡 메들리 등 다양한 장르의 우리 곡을 준비했다. 특히 합창단이 한복을 입고 공연할 때마다 청중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김창회(요셉, 73) 단장은 “우리나라 음악과 아름다운 한복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모두에게 가슴 뭉클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주일학교 고등부 성가대가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두 사제가 큰 기둥이 돼줬다. 1962년 사제품을 받고 흑석동본당 첫 보좌로 사목을 시작한 김수창(원로사목자) 신부와 흑석동본당 출신 민병덕(성사전담사제) 신부다.
김 신부는 청소년 신앙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고등학생들을 불러 모아 혼성 4부 합창단 ‘글로리아 고등 성가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미사든 성당 행사든, 어디서든 성가대가 활동할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뒷받침해줬다. 성가로 신앙을 다졌던 단원들은 졸업 후에도 성가대 동문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김 신부를 찾아 우애와 신앙을 다져나갔다.
성가대 동문들의 활동을 접한 민 신부는 2011년 “다시 합창단을 꾸리는 게 어떻겠냐”며 합창단 결성과 성가 봉사를 제안했다. 이때부터 이들은 ‘글로리아 동문 합창단’이란 이름으로 뭉쳤다. 단원들은 2주마다 한 번씩 모여 노래 연습을 하며 은퇴 사제들의 축일 미사와 동문 자녀 혼배 미사 축가 등을 맡았다. 복지시설에도 찾아가 노래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실어 날랐다. 세월이 흐르면서 동문 합창단은 시니어 합창단이 됐다.
국제 합창제 참가는 큰 도전이었다. 알타 푸스테리아 국제 합창제가 순위를 가리는 대회가 아니라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의 축제로 열리는 행사여서 용기를 냈다. 김 단장은 “단원 모두 나이가 들고 세계 무대에서 혼성 4부 합창을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매주 모여 화음을 맞추며 연습에 매진했다. 합창제에는 민 신부도 동행해 단원들은 현지에서도 매일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다.
합창제를 무사히 마친 단원들은 돌아와 김 신부에게 활동을 보고하며 해단식을 가졌다. 김 단장은 “성당 성가대 활동을 했던 고등학생들이 수십 년 뒤 국제 합창제 무대에 오를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면서 “하느님과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신앙 공동체로서 음악으로 사랑을 나누며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