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성생활의 해 맞아 열린 남녀 수도회 장상협의회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
남녀수도회 장상들 간의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분 제한 발언·묵상 시간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 깊은 대화
유흥식 추기경 시노드 주제 강연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축성생활자들을 이끄는 수도회 장상 및 참사들이 시노드 모임을 열고 성령 안에서의 대화에 귀 기울였다.
한국 남자수도회·여자수도회 장상협의회는 21~22일 경기 용인 수원교구 영성교육원에서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을 열었다. 장상협에 따르면 남녀 수도회 장상들이 함께 1박 2일간 피정한 것은 처음이다.
수도자들은 10개 조로 나뉘어 그룹별로 대화했다. 개인 발언 시간은 2분을 넘기지 않았고, 대화의 남용과 독점을 막기 위해 모래시계를 사용했다. 나의 주장보다 경청을 중요시한 것이다. 대화 중 나온 이야기를 새기고자 묵상 시간도 가졌다.
이날 수도자들은 ‘한국 수도회가 교회 내에서 시노달리타스를 달성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그룹에선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지는 본분보다 외부행사 등에 애써온 일’을 꼽았고, 다른 그룹은 ‘지도자 한 사람이 해결해야 다음 일로 넘어가고 행정 업무에 갇힌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노달리타스를 이루는 해법으론 ‘문제 해결보다 느리더라도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하느님 말씀에 더 다가서기’ 등이 제시됐다.
남녀 수도회 장상들 간의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에서 루이지 보나치 대주교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남녀수도회 장상들 간의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에 참여해 그룹별 토의에서 박찬복(마리아수도회 지구장) 신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화에 앞서 이탈리아 출신으로 교황대사를 역임하고 올 초 은퇴 후 잠시 방 한한 루이지 보나치 대주교가 ‘시노달리타스를 살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도구’를 주제로 강연했다. 보나치 대주교는 “수도회가 시노드적 의미로 성장하려면 형제적 시선이 필요하다”며 “자신과 다른 시선이지만 가깝고 보완되고 자애로운 시선이 있어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을 경청하는 것을 배워야 시노달리타스가 구현된다”며 “타인과의 어려움 속에서도 극복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휴가차 방한 중 1박 2일 피정에 끝까지 함께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시노드 여정 안에서의 축성생활’을 주제로 강연했다. 유 추기경은 “축성생활은 시노드 여정과 순례의 삶을 예언적으로 드러내는 삶”이라며 “축성생활은 그 자체로 하느님을 향한 여정이며 그리스도를 점점 더 깊이 이해하고 닮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그룹별 시노드 모임에도 수도자들과 나란히 앉아 경청하고 대화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며, 다른 이와 함께 걷기를 당부하면서 축성생활 중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갖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남자수도회 장상협 회장 유덕현 아빠스는 “축성생활의 해 행사를 준비해보니 막상 장상들과의 자리가 없어 이 자리를 기획했다”며 “이번이 장상들이 성령과의 대화에 귀 기울이는 법을 알게 되는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헌장 「인류의 빛」 반포 60주년인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수도생활 쇄신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60주년인 오는 10월 28일까지 ‘축성생활의 해’로 지내고 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