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 10주년,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
김하종 신부는 “아지트는 예수님 영성을 담은 가장 아름다운 활동”이라고 말했다.
노숙인 무료급식소서 만난 아이들 눈에 밟혀 시작
“예수님처럼 거리로 나가 교회가 먼저 손 내밀어야”
김하종 신부가 대표로 있는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은 7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노숙인 무료급식소로 시작해 노숙인 자활센터, 청소년 쉼터와 청소년 자립지원관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아지트는 안나의 집이 위탁운영 중인 성남시 남자단기청소년쉼터의 특화사업이다. 7월 28일 ‘아지트(A.지.T)’ 10주년 행사에서 만난 김 신부는 주저 없이 “안나의 집 사업 중 아지트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아지트는 가장 아름다운 활동입니다. 예수님 영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예수님께선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셨습니다. 아지트도 거리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지트는 예수님처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 나섭니다.”
김 신부는 노숙인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다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을 자주 마주치게 됐다. 몇 번 저녁을 먹이고 “잘 가! 또 밥 먹으러 와!”라며 인사를 하고 보냈는데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잘 가라고? 아니 저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 거지? 갈 곳이 있는 건가?’ 아이들이 눈에 밟힌 김 신부는 2006년 청소년 쉼터를 만들어 운영했다. 그러다 ‘성남시에 거리 청소년이 2000명이 된다’는 통계를 접했다.
“우리 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이 200명이었어요. 그럼 나머지 1800명은 어디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2015년 여름, 중고 스타렉스 한 대를 구해 3m짜리 천막 1동과 테이블 1개, 의자 4개를 싣고 무작정 거리로 나선 게 아지트의 시작이었다. 저녁 6시부터 새벽 한두 시까지 아지트를 운영했다. 김 신부는 “처음엔 예산도 경험도 계획도 없이 열정만 있었다”면서 “내가 직접 차를 몰고, 전담 선생님 1명과 같이 다녔다”고 회고했다.
아지트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폭염이나 한파에도 아지트는 항상 같은 자리를 지켰다. 지난 10년간 중고 스타렉스는 45인승 상담버스로 업그레이드됐다. 3m 천막 1동은 6m 천막 3동으로 늘어났다. 김 신부를 비롯한 상담사와 자원봉사자들의 조건없는 환대와 사랑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안정을 되찾아줬다. 배를 채우고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보금자리가 돼줬다.
김 신부는 “올해 희년을 맞아 아지트 버스를 ‘희망버스’로 새롭게 단장했다”면서 “희망을 전해주는 아지트가 전국 곳곳에서 운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때 아지트가 세계 청소년들과 만나기를 기대했다.
“출산율 저하로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다지만, 위기 청소년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노숙인의 3배가 거리 청소년입니다. 아지트가 전국 모든 교구에서 운영됐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처럼 거리로 나가 먼저 손을 내밀어 줘야 합니다. 예수님 영성을 담은 아지트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