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하(왼쪽에서 세 번째) 신익산화물터미널 회장이 8월 25일 바보의나눔에 30억 원 상당의 유언대용신탁 펀드를 기부했다.
누적 기부액 168억 원
펀드 수익 포함 약 230억 원
이번 기부로 ‘미산박애기금’ 조성
“장애인과 보육원 아이들
눈물 닦아주고 싶어”
“기부를 생각하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기분이에요.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죠.”
권준하 신익산화물터미널 회장이 8월 25일 바보의나눔에 30억 원 상당의 ‘유언대용신탁 펀드’를 기부하며 나눔의 기쁨을 이같이 밝혔다. 유언대용신탁 펀드는 생전에는 펀드 수익금을 기부하고, 사후에는 펀드 전액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바보의나눔이 유언대용신탁 방식으로 기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억 원에 이르는 펀드 자산을 기반으로 생전 운용 수익부터 사후 자산까지 나눔으로 이어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간 사랑의열매와 숙명여대, 밀알복지재단, 서울대, 울산과학기술원 등 그가 실천한 나눔만 168억 원에 달한다. 이번에 기부한 펀드 운용 수익까지 포함하면 약 23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바보의나눔은 전했다. 2023년에는 아내 조강순씨와 나눔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권 회장은 이날 기부 협약식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나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신교 신자인 권 회장은 “신기하게도 기부를 실천한 이후 건강도 좋아지고, 고민도 해결되는 것만 같다”며 “무엇보다 기부한 만큼 재산이 줄어야 하는데, 주님께서 그만큼 채워주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엔 기부를 마음먹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권 회장은 “사람의 물욕은 끝이 없다”면서도 “원래 저도 임종 직전에서야 기부해야겠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매부였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나의 가장 큰 행복을 위해 기부한다”고 말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자리한 기부에 대한 열망을 저버릴 순 없었다. 이에 2013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소속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되면서 나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갔다. 그렇게 기부를 알아가면서 투명하게 운영되는 기관을 고르고 골라 찾아온 곳이 바보의나눔이었다.
권 회장은 특별히 이번 바보의나눔 기부로 조성되는 ‘미산박애기금’을 통해 “장애인과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어린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고도 했다. ‘미산(彌山)’은 권 회장 아버지의 호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님이 주변에 베푸시는 걸 보고 자랐고, 늘 ‘밥 먹고 가라’며 사람들을 챙기시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고 했다.
그 나눔의 가치는 자녀와 손주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권 회장은 “처음엔 과외 때문에 기부금 전달식엔 함께하지 않았던 손주들도 이젠 과외를 빼고 함께 오기도 한다”며 “할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할 때 그만한 보람이 없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 전달식에는 아내와 아들 희중씨가 함께했다.
바보의나눔 이사장 구요비 주교는 “이번 기부는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현장에서 애쓰는 많은 사람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하늘에 보물을 쌓는 축복이 있으시기를 함께 기도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바보의나눔은 권 회장 뜻에 따라 미산박애기금을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