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 “버리는 문화 극복과 재사용과 재활용을 바탕으로 한 생산 방식을 도입”(22항)을 촉구했다. ‘순환 경제 체제’를 의미하는 재사용·재활용 바탕 생산 방식 도입은 기후위기라는 재난을 앞둔 전 세계의 모든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순환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큰 흐름 앞에서 어디쯤 와있을까.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앞둔 지난 8월 18일 국내 폐기물·자원순환 전문가인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한국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 “순환 경제가 아닌 단순 ‘폐기물 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폐기물 관리가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후 대책’이라면, 순환 경제는 자원 채굴부터 소비, 폐기까지 물질 흐름 전 과정을 포괄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간 사후 대책에만 치중해왔죠.”
홍 소장이 강조하는 순환 경제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 걸쳐 자원을 관리·재사용 하는 체계다. 단순히 사용 후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디자인부터 생산·유통·소비 등 제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폐기물이 나오는 것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갖추고, 나온 부산물 역시 자원으로 재사용해 ‘제로 웨이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홍 소장은 “순환 경제로의 거대한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사회는 ‘폐기물 처리’에만 집중하는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도 순환 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순 없지만, 유럽연합(EU)의 경우, 제품 포장재 자체를 재사용·재활용할 수 있는 재질로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권이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에 나선 상태”라며 “한국에서도 순환 경제로의 장기적 전환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제도적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소장은 한국 사회의 순환 경제 전환으로의 첫 단계로 단일 재질 포장재 사용 등 자원 효율성 강화를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포장재로 쓰이는 비닐은 단열 등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섞어서 만드는데, 이는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단일 재질로만 포장지를 만들도록 해 재활용이 활성화된 한국 사회의 장점을 바탕으로 비닐 재사용이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홍 소장은 생산자인 기업, 소비자인 시민들의 의식적·실천적 변화도 강조했다. 홍 소장은 “순환 경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생산자들 역시 환경 규제를 단순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시장을 이끌어가는 계기라 여기고 이를 준비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언론의 역할도 촉구했다. 홍 소장은 “쉽게 버리지 않고 고쳐 쓰는 것을 비롯해 재활용·재사용 활성화 등 개인의 작은 실천 역시 이 거대한 전환의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계속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서 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언론이 생활 속 재사용·수리 사례를 적극 발굴해 이를 알리는 것 역시 순환 경제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