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대학생 수백 명이 방학 때만 모이는 `반짝 신앙공동체`가 있다.
학군장교(ROTC) 군사교육이 이뤄지는 경기도 성남시 창곡동 학생중앙군사학교 멸공관(강당). 예비 장교 500여 명이 시원한 강당에서 생활성가 가수 나정신(체칠리아, 서울 봉천동본당)씨가 부르는 성가를 따라 부르며 흥에 겨워한다.
이들은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학교 측 배려로 마련되는 주일미사에 참례하려 한자리에 모였다.
방학 때면 어김없이 훈련과 군사교육을 받으러 이곳에 오는 예비 장교들은 육군 훈련소처럼 주일마다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으로 나뉘어 종교 시간을 갖는다. 3000여 명의 예비 장교 중 천주교를 찾는 이들은 500명 선. 많을 때는 1000명이 넘는다. 이 중 예비신자들은 무더위에도 교리수업에 열심이다. 겨울방학 때 세례를 받기 위해서다.
이 미사는 여름방학 주일미사로 인근 육군 종합행정학교 안에 있는 군종교구 남성대본당(주임 유병조 신부) 공동체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남성대본당은 여름과 겨울 방학에 수백 명의 예비 장교들을 위해 주일 오후 3시 미사를 개설해왔다. 성당이 없어 신앙 공백기가 생기게 된 딱한 이들을 위한 특별 출장(?) 미사인 셈이다. 군 선교단도 교리 교육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아무리 장교라지만, 낯선 군에서 방학을 맞는 이들에게 이 미사는 평화의 안식처이자 임관 뒤에도 신앙이 메마르지 않도록 해주는 `신앙 오아시스`다. 초급 장교로서 이들은 부하 장병들에게 신앙적 귀감까지 보일 수 있어 사목적으로도 중요하다.
이원진(대건 안드레아, 경원대 경영학과 3학년)씨는 "평소 토익시험 등을 준비하느라 몇 달간 주일미사에 참례하지 못했다"며 "부대에서 마련해준 고해성사를 통해 냉담을 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유병조 신부는 "그동안 신앙생활에 소홀했던 예비 장교들이 고해성사를 통해 신앙인으로 거듭난다"며 "방학 때뿐이지만 대학생이 500명 넘게 모이는 신앙공동체는 이곳밖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 여름과 겨울방학 주일에 봉헌되는 학생중앙군사학교 미사에 예비 장교 500여 명이 참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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