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3위 성인 중 44위가 순교한 서소문 밖 순교성지의 유물을 전시해온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이 새롭게 태어난다.
서울대교구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관장 윤종국 신부)은 13일 오후 3시 30분 염수정(교구 총대리) 주교 주례로 중림동약현본당(주임 정훈 신부) 관할 전시관에서 재개관 축복미사를 봉헌한다.
피정의 집으로 쓰던 곳을 지난해 7월부터 리모델링(증개축)해 561㎡(170평) 규모의 깔끔한 시설로 단장한 전시관은 신유ㆍ기해ㆍ병인박해 등 세 차례 대박해 순교자들에 대한 역사와 유물을 볼 수 있는 `박해사`와 2011년 설립 120돌을 맞는 `중림동약현본당사`의 두 부분으로 구분돼 있다.
박해사 전시에는 강완숙(골룸바, 1761~1801) 회장 등 서소문 순교자들의 가계도에서부터 박해시대 기록유산인 황사영 백서, 앵베르(1796~1839) 주교 등 프랑스 선교사들 사료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목판 인쇄본 `을축년 첨례표`(1865년 1월~1866년 3월)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축일표로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의 자랑거리다.
본당사 전시에는 본당의 역사와 역대 사목자 등을 비롯,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이전에 입던 로마식 제의와 제병 제조기 및 절단기, 풍금, 십자고상, 촛대 등 당시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엿볼 수 있는 실물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불에 타다 남은 원형 목재 종돌과 받침, 평화신문이 제공한 성당 화재사진 등 1998년 2월 노숙자 방화로 소실된 약현성당의 뼈아픈 역사도 소개하고 있다. 전시관 윗층에는 7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당, 유물 창고 역할과 연구실 기능을 수행할 수장고 등도 갖췄다.
원래 1991년 본당 설정 100주년을 맞아 설립된 순교성지기념관 한쪽에 마련됐던 전시관은 면적이 99㎡(30평)에 불과한데다 낡고 습기가 많아 유물을 효과적으로 관리, 전시하는 데 무리가 있어 2007년 성지담당 윤종국 신부가 부임하면서 이전이 논의돼왔다.
전시관을 재개관하기까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역사박물관(담당 이명희 수녀)과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관장 배노엘라 수녀) 등의 도움이 컸다.
윤종국 관장신부는 "신앙 선조들 덕분에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관은 월요일과 명절 연휴를 빼고 국가공휴일을 포함한 모든 날에 문을 열며, 관람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다. 문의 : 02-312-5220,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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