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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도씨와 딸 예동양이 경북 칠곡군 한티 순교성지 순교자 묘역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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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자전거를 타고 전국 성지를 순례한 부녀(父女)가 있다. 김한도(도미니코, 47, 대전 만년동본당)씨와 그의 막내딸 김예동(가타리나, 15, 대전 남선중 3)양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부녀는 7월 18일 대전교구 황새바위성지를 시작으로 보름 동안 전국 교구 60개 성지를 순례했다. 순례기간에 이동한 거리는 1989㎞로, 하루 평균 130㎞를 이동하는 강행군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예동이와 가족여행을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꼭 함께 여행을 가기로 약속하고 이왕이면 성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성지를 순례하기로 뜻을 모아 자전거 순례를 계획했다.
힘차게 출발했지만 순례 여정은 첫날부터 녹록지 않았다. 공부를 하느라 충분히 연습을 하지 못한 예동이는 자전거를 끌고 언덕을 넘지 못할 정도로 힘겨워했다. 지친 딸을 보다 못한 김씨는 예동이를 집에 보내고 혼자 순례를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할테니 하루만 더 지켜보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아빠 혼자 가도 좋다"는 딸의 말에 김씨는 안쓰러운 마음을 애써 뒤로 하고 다시 딸과 함께 자전거 핸들을 잡았다. 딸을 앞세우고 뒤에서 힘을 북돋워주며 페달을 밟았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예동이는 점차 힘을 냈고 부녀의 자전거 순례는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성지에 도착하면 부녀는 언제나 예수님 앞에 나란히 서서 본당 성전건립을 위해, 또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를 바쳤다. 그날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성지에서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빼놓지 않았다.
순례 중 큰 위기도 있었다.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터널 안을 지나다가 예동이가 자전거와 함께 넘어진 것이다. 너무 놀란 예동이는 터널을 나와서도 한참을 울며 자전거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고 자신을 걱정하는 아빠를 오히려 위로하는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벽 5시에 출발해 밤늦게까지 쉴 새 없이 페달을 밟으며 순례를 계속한 끝에 김씨 부녀는 1일 신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마침내 성당 마당에 들어섰다. 김씨는 "딸과 함께 기도를 하며 순례를 하다 보니 크게 힘든 것도 못 느꼈다"면서 "주님께서 함께 하셨기에 기나긴 순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예동양은 "처음에는 무작정 순례를 시작했는데 긴 순례 여정을 통해서 기도의 힘을 체험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신앙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히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