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양교구에 자신의 전 재산을 봉헌한 김숙일(왼쪽에서 세 번째) 할머니가 정진석(오른쪽) 추기경, 황인국 몬시뇰, 딸 차영주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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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교구 신의주 진사동본당 출신 김숙일(헬레나, 88, 서울 중앙동본당) 할머니가 평양교구를 위해 써달라고 자신의 전 재산을 선뜻 내놓았다. 서울시 관악구 성현동에 있는 시가 5억5000만 원 상당 38평형 아파트로, 1948년 월남해 바느질을 하며 평생 모은 재산을 기증한 것.
#언젠가 통일되면...
평양교구장 서리 정진석 추기경은 12일 서울대교구 주교관에서 평양교구장 서리 대리 황인국 몬시뇰이 배석한 가운데 김 할머니에게 감사패를 전했다.
정 추기경은 이날 접견에서 "언제고 통일이 돼 평양교구로 돌아가게 되면 할머니께서 봉헌하신 이 귀한 재산이 평양교구를 재건하는 데 쓰이게 될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김 할머니는 "죽기 전에 통일이 돼야 하는데 언제 통일이 될지 안타깝기만 하다"며 "제가 가지 못하더라도 훗날 통일이 되면 이북에 성당을 짓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생 모은 재산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1923년 신의주 태생인 김 할머니는 1943년 오기선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열심한 신앙생활을 하다가 1948년 네 살배기 딸(차영주 아녜스)을 안고 남편을 찾아 월남했다. 하지만 앞서 남쪽에 내려온 남편이 이미 세상을 떠나 김 할머니는 성가 소비녀회 수도자들이 운영하던 중림동약현성당 내 양재소에서 성직자들의 제의와 신학생들 교복 등을 재단하고 재봉질하며 살았다.
일생 매일미사를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자나깨나 하느님만 붙잡고 살아온 김 할머니는 이제 일생 동안 근검절약하며 모은 재산까지 교회를 위해 봉헌했다.
#평생 절약해 모은 전 재산 내놓아
딸 차영주씨는 "백화점에 가셔도 1만 원짜리 상품 하나 사신 적이 없을 정도로 평생 절약하는 게 몸에 밴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평양교구를 위해 전 재산을 봉헌하신다니 기쁜 마음으로 함께했다"며 "이는 다 하느님께서 함께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