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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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받아 물결치는 모자이크로 장식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28. 산 비탈레 대성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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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비탈레 대성전 반원 제단 모자이크. 출처=newliturgicalmovement.org

 


하늘 상징하는 금색 배경은 거룩한 장소 상징

산 비탈레 대성전의 건축과 모자이크 양식은 기본적으로는 다른 라벤나의 건축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이제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서로 다른 볼륨, 2중 아치, 높이 솟아오르는 아치 기둥, 화려한 색상 등. 그러나 이보다도 더 새로운 것은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다른 방향에서 비춰오는 빛을 받아 물결치는 초현실적인 공간을 만드는 아름다운 모자이크다. 그러나 산 비탈레 대성전의 모자이크 그림에 대해 자세히 말하자면 끝이 없다.

원형 제단과 세 개의 아치 창 위를 덮는 반 돔에는 중심에 젊은 모습의 그리스도께서 천사 사이에 앉아 계신다. 그리스도의 후광에는 십자무늬가 있다. ‘클라세’의 십자가처럼 푸른 하늘에 앉아 계신다. 그리스도께서는 왼손에 묵시록의 일곱 봉인으로 닫힌 두루마리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왼쪽에 있는 순교자 성 비탈리스를 향해 순교의 면류관을 건네고 계신다. 이때 성 비탈리스는 베일로 손을 가리며 주님께서 주시는 면류관을 받으려 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창립 주교 에클레시오(Ecclesio)가 이 성 비탈레 성당을 주님께 바치고 있다.

주님의 발밑에는 바위 사이로 네 개의 강이 흐르고, 다른 인물은 백합과 장미가 있는 바위 위에 서 있다. ‘클라세’에서 보았듯이 로마 모자이크의 오래된 전형이다. 그러나 하늘을 상징하는 금색 배경은 비잔틴 미술의 관습인데, 그리스도가 성인들과 함께 계시는 거룩한 장소를 상징한다. 반 돔의 테두리에는 교차하는 풍요의 뿔로 장식되어 있고, 꼭대기에는 키로(Chi-Rho), 곧 그리스도의 모노그램을 독수리가 들고 있다.
 

 

산 비탈레 대성전 성단소 오른쪽(남쪽) 벽 모자이크.  출처=newliturgicalmovement.org


그리스도의 희생이 모자이크 도상학의 중심

제단 좌우 측벽의 모자이크는 특히 유명하다. 왼쪽 그림 가운데에는 황제 유스티아누스가 그리스도를 향해 황금 성반을 들고 서 있다. 황제 뒤에는 후광이 있다. 오른쪽에는 교회를 봉헌한 주교 막시미아누스, 복음서를 들고 있는 부제, 향 복사가 서 있다. 막시미아누스 뒤에 선 남자는 성당 자금을 봉헌한 줄리아노 아르젠타리오일 것이다. 황제의 왼쪽에는 이탈리아를 재정복한 벨리사리우스 백작(Count Bellisarius)과 젊은 귀족, 키로가 있는 방패를 들고 있는 경비병들이 보인다.

이와 마주하는 오른쪽에는 황비 테오도라(Theodora)가 황금 성작을 들고 중정 귀족 여인들 가운데 서 있다. 성소 밖 분수가 있는 안뜰에서 황제의 행렬을 기다리고 있다가 이제 막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시종이 그녀에게 커튼이 쳐진 출입구를 지나가고 손짓하고 있다. 테오도라의 보라색 옷 아래에는 동방박사 세 사람이 그려져 있다. 황후 뒤에도 후광이 있다. 제단 좌우 측벽의 인물들은 화려한 복장에 조용히 침착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고, 화면에서 떠 있는 듯한 평면성이 강조되어 있다. 그리스도께 바치는 황제와 황후의 사명을 이렇게 그림으로 보여줌으로써, 교회와 국가의 동맹으로 확고한 비잔틴 제국의 힘을 이렇게 강조했다.

모자이크 도상학의 중심은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희생이다. 이제는 눈을 들어 반원 제단을 높이 덮고 있는 천장을 바라보자. 천장은 교차 볼트다. 볼트는 네 개의 삼각형 곡면으로 나뉘는데, 꽃, 과일로 장식된 띠가 이를 구분해 준다. 제단 방향으로는 곡면의 바탕은 금색, 그것에 직교하는 곡면의 바탕은 녹색이다.

볼트가 교차하는 중심에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있다. 이 어린 양은 파란 바탕에 원형 화환에 둘러싸여 있다. 화환은 흰색 옷을 입은 네 천사가 네 방향에서 받쳐주고 있다. 이 네 방향은 이 세상 전체를 뜻한다. 그런데 천사들의 발은 모두 푸른 원, 곧 하늘을 딛고 있다. 천사들은 각각 하나의 아칸서스에서 소용돌이치며 뻗어 나온 무성한 푸른 가지에 안겨 있다. 금색 바탕의 푸르름에는 새가 서식하고 녹색 바탕에는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긴 제단과 중랑은 개선문 아치가 거대한 경계를 이루는데, 그 밑면에는 열두 제자, 바오로 사도, 성 비탈리스를 포함한 14명의 사도가 그려져 있다.

제단의 반 돔 위에는 한 쌍의 날개 달린 천사가 팔이 8개인 십자가를 들고 있다. 천사들의 양쪽에는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이 보석으로 장식된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로 묘사되어 있다. 반 돔 위의 3중 아치형 창문의 양쪽에는 큰 바구니에서 나온 포도 넝쿨이 있고, 아치 기둥 위에는 성작에서 나온 아칸서스 넝쿨이 있다.
 

성단소 왼쪽 벽 모자이크. 출처=iconreader.wordpress.com

제단 왼쪽 측벽 모자이크. 출처=Steven Zucker

 


바닥 전체가 대리석 상감한 오푸스 세크틸레

성단소 좌우의 벽은 십자가 위 그리스도의 희생이 구약의 모델과 상징적으로 결합해 있다. 오른쪽(남쪽) 아치 벽을 보자. 그 안에는 아벨은 양을, 멜키체덱은 빵을 제대에 봉헌하고 있다. 멜키체덱이 바친 포도주는 이미 제단 위 잔에 담겨 있다. 아벨의 옷처럼 그 뒤에는 투박한 집이 있지만, 멜키체덱은 제의를 입고 있고 그 뒤에 앞으로 세워질 성당을 예고하고 있다. 제대 위에는 구름 사이로 손이 내려와 있다. 제물을 받으시는 하느님을 표현한 것이다.

그 위의 벽에는 성단소의 북쪽과 남쪽 벽에도 한 쌍의 천사가 각 팔에 알파와 오메가라 쓴 보석 십자가가 있는 둥근 메달을 들고 있다. 제단의 반 돔 위에의 두 천사와 비슷하다. 벽의 오른쪽에는 이사야가 있고, 왼쪽에는 양에게 먹이를 주며 불타는 떨기나무 곁에서 신발을 벗고 서서 신약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모세가 있다.

둥근 메달을 들고 있는 한 쌍의 천사 위에는 보석과 같이 빛나는 두 기둥이 받치고 있는 아치 창이 있고, 그 좌우에는 복음사가 마태오와 마르코가 있다. 다시 이 세 아치 위에 있는 벽에는 부활의 상징인 공작이 날개를 펴고 있고, 그 위로 무성한 포도 넝쿨이 그려져 있다.

이와 마주하는 왼쪽(북쪽) 벽에는 아브라함의 두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가운데에는 마므레의 참나무 곁에서 세 천사가 아브라함의 대접을 받고 있고, 아들 이사악을 갖게 될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왼쪽에는 사라이가 이 말을 듣고 있다. 오른쪽에는 아브라함이 아사악을 하느님께 바치려고 칼을 손에 들고 있고, 그 위 하늘에서는 천사를 통해 멈추라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손이 그려져 있다. 다시 아치 벽 위의 왼쪽에는 예언자 예레미아가, 오른쪽에는 시나이산에서 십계명를 받은 모세가 있다. 또 그 위에는 복음사가 루카와 요한의 모습이 있다.

게다가 거의 주목하지 않지만, 산 비탈레 대성전에는 사람의 발이 닿는 바닥 전체가 대리석을 상감한 오푸스 세크틸레(opus sectile)로 덮여 있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기하학적 패턴이 다양하다. 또한 아케이드 기둥은 파문이 생겼다가 중심의 골로 모여 흐르는 물결처럼 대리석의 결을 대칭으로 입혔다. 또 다른 의미의 모자이크라 할 만하다.

건물을 기하학적인 평면과 그것을 지탱하는 구조만으로는 공간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 비탈레 대성전의 내부는 움직일 때마다 팽창하고 수축하며 걷는 사람의 온몸에 반응하며 변화한다. 이렇게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요인은 모자이크가 벽, 아치, 돔의 표면에 바닥까지 연속하여 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성당의 모자이크는 중후한 벽체를 숨기고 초자연적 세계를 표현하는 빛의 표피다. 이것이 산 비탈레 대성전의 힘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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