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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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매달려 있는 듯 ‘빛의 링’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돔

[김광현 교수의 성당 건축 이야기] 30. 하기아 소피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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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아 소피아의 돔.   출처=the byzantine legacy


축과 중심을 한 공간 안에서 완벽하게 통합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은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에 의해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완성되었다. 이 성당은 돔을 씌운 공간에 대한 엄청난 실험이었다. 평면으로 보면 전형적인 축성(軸性)을 가진 바실리카식 성당이다. 그러나 실제로 안을 걸어보면 거대한 돔이 강력한 공간의 중심성이 전체를 압도한다. 이처럼 하기아 소피아는 축과 중심이라는 서로 대치되는 성질을 한 공간 안에서 완벽하게 통합한 대단한 성당이었다.

평면은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직사각형이다. 그 중앙에는 네 개의 육중한 피어(pier)가 정사각형을 그리며 서 있다. 북쪽과 남쪽으로는 피어 사이에 아치가 5개인 아케이드 열주랑이 서 있다. 제대와 열주랑, 출입문과 열주랑 사이에는 반원형으로 물러서 있으면서 그 위는 반 돔이 덮고 있는 공간이 있다. 이를 ‘엑세드라(exedra)’라 한다. 이 엑세드라에는 각각 아치가 3개인 아케이드가 붙어 있다. 동쪽의 두 엑세드라 사이에는 초점이 되는 반원 제단이 놓여 있어 곡면은 계속 이어져 있다. 이렇게 하여 제단을 향해 걸어가면 시각적으로 피어와 열주랑은 뒤로 물러나고, 대신 반원 제단은 앞에서 다가온다. 이때 엑세드라는 좌우로 퍼지는 듯이 보인다. 평면은 전형적인 바실리카식인데도 움직임에 따라 공간은 파동하는 듯한 효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성당 안에 들어서는 순간, 눈은 곧바로 위로 이끌린다. 결국 이 성당을 지배하는 것은 위를 덮고 있는 거대한 돔이다. 이런 수직성은 건축적으로 네 단계를 거친다. 우선 바닥에서는 열주랑이 보인다. 그 위의 2층에는 난간이 있는 갤러리가 있다. 다시 그 위로 측면에서는 커다란 아치가, 제단 쪽에서는 반 돔이 이어진다. 이 커다란 아치와 반 돔 사이에는 펜덴티브(pendentive)가 있다. 모두 돔의 추력(推力)에 대항하기 위함이다. 최종적으로 원형 돔이 위를 덮고 있다.

그런데 하기아 소피아를 에워싸는 벽으로는 빛이 여기저기에서 새어 들어와 공간 전체는 가볍게 느껴진다. 외벽의 창으로 빛이 비치면 열주랑, 2층의 갤러리, 또 그 위의 커다란 아치로 에워싸인 벽의 창문으로 환한 빛이 비춰들어 온다. 반원 제단 벽과 엑세드라의 반 돔에서도 많은 창으로 빛이 흘러들어온다.

 
하기아 소피아의 천장.   출처=Wikimedia Commons


돔의 드럼에 뚫린 40개 창이 ‘빛의 링’ 이뤄

이 건물에서 가장 주목할 존재는 중심의 돔이다. 돔의 드럼에는 40개의 창이 아주 가깝게 뚫려 있다. 이 창은 ‘빛의 링’을 이룬다. 이 빛의 링 때문에 얇지만 커다란 돔은 지상에서 높이 떨어져 허공을 맴도는 듯이 보인다. 이런 돔은 그야말로 이전에는 전혀 없던 새로운 모습의 돔이었다. 바닥에서는 여러 구조가 복잡하게 보였다. 그러나 눈을 올려 돔을 향하면 점점 더 읽기 쉬운 공간으로 바뀐다. 결국 돔에 이르러 눈은 평화를 찾는다.

돔은 황금 모자이크로 덮여 있었다. ‘빛의 링’에서 받은 빛은 돔의 표면 위에서 어슴푸레 빛났는데, 이 빛은 내부 공간 전체에 반사되어 성당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반 돔과 볼트도 황금 모자이크로 덮여 있었다. 또 피어와 벽의 콘크리트에는 이집트,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수입한 대리석 판으로 덮여 있었다. 내부의 빛을 반사하는 모든 재료는 최종적으로 돔이 마치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도와주었다.

하기아 소피아의 공간을 가장 정확하게 말한 사람은 현대인이 아닌 유스티아누스 대제의 궁정 역사가 프로코피우스(Procopius)였다. 그는 544년 하기아 소피아에 대하여 이렇게 기록했다. 그가 쓴 원문의 일부를 세 부분으로 끊어서 천천히 읽어보자. 그는 거대한 돔이 ‘빛의 링’ 위에 떠 있음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제 아치 위로 하루의 햇살이 처음으로 비춰 들어오는 곡면 형태의 원형 건물이 솟아 있다. 내가 상상하기에 이 건물은 온 나라 위에 높이 솟아 있다. 그런 건물에 일부러 남겨둔 작은 개구부를 통해 빛이 들어온다. 여태까지 아무리 상상해 보아도 나는 그렇게 하기 쉬운 어떤 말로도 이 건물을 그려낼 수 없다.”

이어서 저 옛날 1500년 전 사람이 돔을 받쳐주는 구조의 모습을 이렇게 적었다. “정사각형에는 아치가 배열되어 있어서 아치와 아치 사이에는 석조물로 삼각형을 이룬다. 아치가 만나는 삼각형 아래쪽은 압축되어 가늘지만, 그 위는 올라가면서 넓어진다. 그러다가 아치는 그 위에 놓인 원에서 멈추고 그 지점에서 삼각형의 나머지 각도가 정해진다. 이 원 위에 놓인 구형의 돔은 정말 아름답다.”

그런데 그 돔은 얹혀있는 게 아니다. 하늘에 매달려 있는 것이라고 계속 이렇게 말한다. “건물이 가볍게 보여, 단단한 기초 위에 놓인 듯이 보이지 않고, 마치 전설상의 황금 사슬로 하늘에 매달려 그 아래를 덮고 있는 듯이 보인다. 놀랍게도 모든 부분은 허공에서 서로 연결되어 서로에게 매달려 있고 옆에 있는 것에만 의존하며 하나의 훌륭하게 조화로운 전체를 형성한다. 그렇다고 보는 사람은 전체 덩어리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각각의 부분 자체가 시선을 끌기 때문이다.” “황금 사슬로 하늘에 매달려 그 아래를 덮고 있는 돔.” 이 얼마나 대담한 묘사인가? 빛 위에 떠 있는 돔은 실제로 높이 떠 있는 하늘의 장막이었다.
 
하기아 소피아 열주랑과 2층 갤러리.   출처= expedia.com

성당 건축은 하늘과 땅이 함께 만나는 장소

그러한 돔의 성당은 믿는 이에게 무엇을 전해주었는가? 프로코피우스는 또 이렇게 기록했다. “하느님께 기도하려고 이 성당에 들어오는 이는 언제나 이 건물이 이렇게 훌륭하게 지어진 것은 사람의 힘이나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에 의한 것임을 금방 깨닫는다. 이렇게 하느님께로 드높여지고 기쁨에 찬 그의 마음은 하느님께서는 멀리 떨어져 계실 수가 없으셔서 당신 자신께서 선택하신 이 장소에서 즐겨 머물고 계심에 틀림이 없다고 느낀다.” 같은 시대의 궁중 시인인 파울루스(Paulus the Silentiary)도 이렇게 썼다. “이 거룩한 집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누구나 그곳에서 영원히 살 것이며 그의 눈은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프로코피우스는 이 돔에 비친 빛을 둘로 구분한다. “성당의 내부는 빛으로만 가득 차 있는데, 이 장소는 밖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비치는 것이 아니라, 성당 안에서 나오는 빛으로 빛나고 있어서, 무한한 빛이 성당 안 전체를 적시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밖에서 들어오는 빛과 안에서 나오는 빛.” 그가 말한 ‘안에서 나오는 빛’은 단지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비잔티움 성당의 빛을 가장 적확하게 말한 사람은 프로코피우스였다. 돔에는 빛의 근원이신 그리스도께서 내려다보며 당신의 백성에게 복을 내려주고 계시는 이미지가 그려졌었다. 그래서 모자이크로 빛나는 ‘하늘나라의 돔’은 돔으로 덮인 성당의 안에서 나오는 빛이다.

돔을 얹은 비잔티움 성당은 초기의 로마 바실리카보다 빛의 공간을 통해 개인이 영적으로 놀라운 신성을 받아들이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비잔티움 성당의 표상 예술이 그리스도의 신성을 강조하는 데 크게 공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렇게 될 때 성당 건축은 하늘과 땅이 함께 만나는 장소임이 분명히 강조되고, 거룩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집인 성당에 거주하심으로 우리에게 내재하시는 분이심을 드러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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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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