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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없으면 이 할배 어떡합니까

뇌출혈로 반신마비된 남편 돌보는 김양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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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고에 허덕여 하루 세끼도 다 못 챙겨 먹는 김양림씨가 반신마비된 남편을 바라보며 하소연하고 있다.
 
일용직으로 일하던 남편, 8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자녀 있어도 연락 두절,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어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 기댈 수 있음에 항상 감사


   "월세도 다섯 달 치 밀렸고요. 끼니 거르는 거 말하면 끝도 없습니다. 영감이랑 부둥켜안고 많이 울어요.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 다세대주택. 10㎡(약 3평)짜리 좁은 방 안에서 남편 임영근(요셉, 75)씨가 침대 위에 힘없이 앉아 아내 김양림(마리아, 59)씨의 하소연을 말없이 듣고 있다.

 "큰아들은 애비한테 무슨 억한 심정이 있는지 집에 오면 물건을 내던지고 애비를 쥐어박아요. 방바닥은 물이 새서 축축하고, 곰팡내도 얼마나 지독한지 몰라요. 이렇게 더는 견딜 수가 없어요."

 남편 임씨는 고개를 푹 떨군 채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만 반복한다.

 전국 각지를 돌며 터널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온 남편 임씨는 8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돼 침대 위에서만 살아왔다. 아내 없이는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없다. 밥도 아내가 떠먹여 줘야 한다.

 이들 부부가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은 기초노령연금 8만 원이 전부다. 월세 5만 원과 전기세, 물세를 내고 나면 지갑이 텅텅 빈다. 양덕동본당에서 매달 지원해주는 9만 원과 본당 신자와 수녀들이 가져다주는 쌀과 반찬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는 정도다. 남편이 좋아하는 우유와 빵을 사는 것도 부담이 크다. 월세가 밀린데다가 집주인이 월세를 1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최근 통보해 앞으로 살 길은 더 캄캄해졌다.

 "돈이 없을 때는 정말 죽고 싶어요. 그런데 내가 없으면 이 할배 어떡합니다. 혼자 살아야 하는데…."

 아내 김씨는 몸이 천근만근이다. 당뇨가 있는데다 가끔 숨이 턱까지 차올라 숨쉬기가 어렵지만 병원에 갈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건강검진은 받고 싶지만 돈이 없고, 설령 병이라도 발견되면 남편을 수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때 무속인이었던 김씨는 남편이 입원했을 당시, 점집을 운영하며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었지만 3년 전 세례를 받고 무속인의 삶을 청산했다.

 20년 전 재혼해 자식이 5명으로 늘어난 이들은 "무자식이 상팔자"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 하나 집에 찾아오는 자식이 없고, 연락이 끊긴 자식도 있다.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아비가 수술한다고 알리려고 자식들한테 몇천 번 전화를 해도 안 받아요. 아버지를 보러 오라고 해도 안 오고…."

 그나마 연락이 되는 시집간 딸은 얼마 전 늦은 밤에 전화해 엄마의 마음을 새까맣게 태워놨다. 남편이 도박에 빠져 아기 우윳값이 없다는 딸의 울음 섞인 목소리였다.

 매일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부부는 "고통스럽고 괴롭기만 한 삶이었는데 주님을 알게 돼 마음만큼은 기댈 곳이 생겼다"고 힘없이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후견인 : 마산교구 양덕동본당 이금희(실비아) 구역분과장

 
 무속인으로 살다가 하느님 곁으로 오셨는데 우리 신자들 도움만으로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루하루 먹고살 것을 걱정해야 할 만큼 생활비가 없어 허덕이십니다. 이제 곧 장마철이라 집 안에 습기가 차고, 냄새는 더 심해질텐데 이분들에게 비가 새지 않는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이 지역에는 홀몸 어르신과 생활이 어려운 수급자들이 많아서 도움받을 곳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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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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