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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소아신장암 앓는 딸 돌보는 박미영씨

절망속에도 희망의 끈 놓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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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성모병원 항암병동 병실에서 엄마 박미영(왼쪽)씨와 딸 예정양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엄마, 나 너무 아파. 지금 데리러 오면 안 돼?"

 지난 5월 식당에서 일하던 박미영(50)씨는 막내딸 김예정(가명, 15)양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친구들과 이른 아침부터 들뜬 마음으로 놀이공원을 갔던 딸은 "기구 하나 탔을 뿐인데, 왼쪽 배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어쩔 줄 모르는 친구들 목소리도 들렸다. 119 구급차는 응급실을 향했다.

 `소아신장암`.

 7살 이전 소아들에게 발생한다는 희귀 질환이다. 예정이에게 이런 병이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예정양은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부을 대로 부은 한쪽 신장을 제거했다. 암세포는 폐까지 전이됐다. 9차례에 걸친 항암치료에 길던 머리카락도 자꾸 빠져 아예 잘라버렸다.

 침대 옆에는 비닐봉지 수십 장이 놓여있다. 밥을 한 숟가락만 넘겨도 셀 수 없을 만큼 구토를 하기 때문이다. 예정양은 그 사이 15㎏이나 빠졌다. 밖에서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혼자 집안일을 해오던 씩씩한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항암치료는 아직 15차례나 남았다. 한 달 치료비만 200만 원이 든다. 같은 시기 엄마 박씨도 위암수술을 받았다.

 "그때 아이와 저는 각기 다른 병실에 있었어요. 제가 먼저 회복하고 한 달 가까이 아이를 돌봤죠. 하던 일도 관뒀고요."

 예정양에겐 아빠가 없다. 오랫동안 사업을 해오던 아빠에게 2005년 어느 날 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이 떨어졌다. 그리고 수술 후 세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일이 잘 풀리리라 믿고 빚을 내 사업을 확장한 남편은 일하느라 검진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너무 갑작스러워 우리 가족은 어떤 준비도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 가족은 현재 인천시 서구 심곡동에 있는 임대아파트에 산다. 박씨가 식당일을 그만두면서 지금은 수입이 전혀 없다. 사업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는 생활비는커녕 병원비 대기에도 모자라 지인들에게 다시 돈을 빌리는 형편이다.

 그새 아이들은 훌쩍 컸다. 대학생인 첫째 아들은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까스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군 제대를 앞둔 둘째 아들은 엄마에게 "제대하면 제가 다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예정양은 "얼른 나아서 가족과 친구들과 전처럼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이가 아프고 나니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란 생각이 들어 돈 걱정에 절망만 하진 않는다"면서 자녀들에게 절망의 벽에 부딪혀도 늘 밝게 살자며 마음을 다잡는다. "얘들아, 우리도 얼른 나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마음을 다해 도와주자!"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후견인 : 김옥종(레오, 인천교구 민들레지역복지 회장)
 인천 서구 지역의 어려운 가정을 방문하던 중 박씨 가족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막막해 보이기만 했던 가족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아픈 가운데에서도 엄마에게 투정 한 번 부리지 않는 예정양을 보면서 이 가족에겐 늘 희망이 함께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독자분들께서 이 가족의 희망을 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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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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