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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두 딸 잃고 아들과 새 희망 찾으려는 도경은씨

상처 잊고 아들과 행복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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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도경은씨가 아들 도유성군에게 "엄마 안아주세요"하고 말하자 도군이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를 안아주고 있다.
 
 
   "눈을 감으면 예쁜 두 딸이 보입니다. 당장에라도 달려와 안길 것만 같은데…."

 필리핀 출신 도경은(35,가명)씨는 어렵사리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던 중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2005년 도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남편 손에 잃었다. 매일같이 술에 취해 지내던 남편이 아내 도씨를 늘 의심하며 지내온 게 화근이었다.

 "둘째 딸을 낳았는데 무척 예뻤어요. 결혼 초부터 의처증이 있었던 남편은 그걸 트집 잡아 결국 그런 끔찍한 짓을 한 거에요. 제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밤늦은 시각 집에서 벌어진 참사는 아내 도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남편에게 망치로 머리를 맞은 도씨는 급히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깨어났다. 며칠 후 눈을 떴을 때 당시 2살과 3살이던 어린 두 딸은 이미 같은 날 아빠 손에 죽임을 당한 뒤였다. 당시 도씨 뱃속엔 셋째 도유성(7, 가명)군이 있었다.

 도씨는 1999년 필리핀에서 남편을 만났다. 결혼 후 부부는 한국으로 건너와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도씨는 한국어를 배워 학원 영어강사도 하고 회사도 다니며 아이를 키웠다. 두 딸은 어린이집에 맡기며 여느 가정처럼 지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때부턴가 남편은 술로 밤낮을 보냈다. 하던 일도 때려치운 채 술에 취해 집을 들어오면 늘 아내 도씨를 추궁했다. 도씨는 "어디서 무얼 했는지 이야기하라"는 남편 추궁에 늘 보고하듯 대답해야 했다. 그러던 중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른 남편은 교도소에 바로 수감됐고, 3년 후 부부는 이혼했다.

 "너무 원망스러워 그 사람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다시 열심히 일해서 아들 유성이와 행복하게 살 거에요."

 당시 도씨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모국어인 타갈로그어와 영어, 한국어를 모두 잊어버렸다. 지금은 그나마 한국어만 더듬거리며 할 정도가 됐다. 정신과 치료와 함께 약물에 의존하며 지내온 것도 그때부터다.

 도군은 언어와 수학에 재능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 어린이집에서도 또래와 밝게 지낸다. 하지만 아빠가 없는 탓인지 집에만 오면 마음속에 잠재된 불안한 심리가 드러난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도군은 매주 한 차례씩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도씨 가족은 정부 보조를 받아 마련한 전셋집에서 산다. 마땅한 수입이 없는 도씨는 이제 겨우 정신을 좀 차리고 재활센터에서 직무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말이 어눌해져서 좋은 직장을 얻기는 어렵다. 정부 지원금 40여만 원으로 한달을 지내기는 너무 빠듯하다. 내년에 아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이런저런 돈이 많이 들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아들만큼은 다른 아이들에게 기죽지 않게 보란 듯이 잘 키우고 싶다. 도씨는 아직도 남은 충격 탓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지만, 아들 유성군만 보며 희망을 꿈꾼다.

 "상처를 모두 치유할 순 없겠지만, 새로운 삶으로 모든 걸 이겨내고 싶어요. 행복할 수 있겠죠?"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후견인 : 안재숙 수녀(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사회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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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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