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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낡은 건물 고칠 데 많아 힘겨운 쟌 쥬강의 집

"어르신들 추위에 떨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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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숙 수녀가 쟌 쥬강의 집에서 생활하는 어르신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아이고, 비가 오니 내일은 또 얼마나 추우려나…."

 겨울비가 세차게 내린 11월 2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쟌 쥬강의 집 원장 조은숙(가난한 이들의 작은자매회) 수녀는 창밖을 내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조 수녀는 지난 10월 보일러 두 대 중 한 대가 고장난 이후 매일 아침 `오늘의 날씨` 확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건물은 써늘했다. 그는 "4층 짜리 건물을 보일러 한 대로만 덥히려니 어쩔 수 없다"며 "춥다고 있는 대로 불을 땠다가 그나마 돌아가는 보일러마저 고장 나면 정말 큰 일이기에 춥지 않을 정도로 살살 덥히고 있다"고 말했다. 수녀들이 사방팔방 후원자를 찾아다닌 끝에 다행히 얼마 전 새 보일러를 기증하겠다는 후원자를 찾았다. 그러나 보일러 제작 주문이 밀려 당분간은 조심하며 버텨야 한다.

 무료 양로시설 쟌 쥬강의 집에는 어르신 25명이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가족과 단절되거나 부양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은 이가 많다. 수녀들은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어르신들을 보살핀다.

 그러나 어르신들을 넉넉히 부양하기란 쉽지 않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자매회 수녀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고 후원자 도움만으로 시설을 꾸려나간다. 채소나 과일 등의 부식은 시장에 나가 상인들에게 얻어 온다. 거리에서 빵을 구해와 어르신들을 봉양했던 수도회 설립자 쟌 쥬강 성녀를 따라 살기 위해서다. 때문에 이들 살림은 그야말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식이다. 경기가 어려워진 요즘에는 생활이 더 빠듯하다.

 "최근 들어 후원자와 후원금이 많이 줄었어요. 성당으로 모금을 나가고 싶어도 난색을 표시하는 본당이 많아 모금도 점점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연료비가 많이 올라서 걱정이 큽니다. 어르신들이 추위에 떨면 안 되는데…."

 더구나 얼마 전에는 청천벽력 같은 통지를 받았다. 개정된 소방법에 따라 2014년 2월까지 간이 스프링쿨러를 설치하고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자동화재속보설비를 갖추라는 행정 당국 명령이다.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봄에는 공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스프링쿨러 설치 비용만 1억 5000만 원이다. 나머지 설비는 견적도 내보지 못했다. 지금 살림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다.

 1997년 지은 건물이라 손봐야 할 곳이 늘어나는데다, 복도 천정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섞여 있어 이를 교체하는 공사도 해야 한다. 이래저래 걱정만 태산 같이 쌓여간다.

 조 수녀는 "그렇다고 국가 보조를 받는 복지시설로 전환할 생각은 없다"며 "후원금만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이유는 하느님의 집인 이 곳이 하느님 섭리만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부족한 곳을 채워주셨습니다. 이번에 닥친 어려움도 하느님께서 해결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후견인: 메리놀외방선교회 길고수 신부
 수녀님들이 모금을 위해 매일 거리에 나서지만, 경제가 어려워져서인지 후원금이 점점 줄어듭니다. 큰 공사를 앞두고 있어 수녀님들 걱정이 더 큽니다. 가난하고 불쌍한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평화신문 독자들이 도와주십시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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