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찌릿찌릿 마치 곳곳을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파요. 발등에는 큰 돌덩어리가 얹혀 있는 것 같고, 발바닥은 퉁퉁 부은 듯 무겁고 열까지 나는 것 같아요."
1월 23일 경기도 부천시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에서 만난 정철(46)씨는 남들에게 내색하지 않던 자신의 고통을 차분히 설명했다. 몸 왼쪽이 마비돼 목발을 짚고도 제대로 걷기 힘든 정씨는 "이렇게 된 게 모두 내 책임이기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며 "몸이 얼른 나아 작은 일이라도 하며 가족과 오순도순 살고 싶다"고 말했다.
2010년 어느 날, 정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여느 때처럼 일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땐 온갖 주삿바늘이 몸에 꽂혀 있었다. 진단은 뇌출혈. 이때부터 정씨는 팔 한쪽도 들기 어려워졌다.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결국 식당은 문을 닫아야 했고, 아내와 이혼까지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자녀도 아내에게 보냈다. 정씨의 삶은 이때부터 180도 바뀌어 버렸다.
"뇌출혈이란 말만 들어봤지, 제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술을 많이 마시고 제대로 몸을 돌보지 않은 저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요. 그동안 병원과 한의원 등 도움이 될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다녀봤지만, 쉽사리 낫지 않네요."
예전 모습을 되찾겠다는 집념 덕분에 정씨는 그나마 휠체어에선 일어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모아뒀던 돈은 약값과 치료비 등으로 몽땅 써버렸다. 장애인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된 정씨는 매달 정부보조금 40만 원으로 생활한다. 현재 찜질방에서 홀로 지내며 일주일에 한두 차례 자녀를 만나며 지내고 있다.
"여동생이 하는 사업에 빚보증을 선 것도 지금의 어려움을 부른 화근이 됐어요. 여동생 사업은 망하고, 빚을 갚느라 우리 집도 큰 어려움에 부닥치게 됐고, 결국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떠안고 살게 됐네요."
정씨는 찜질방에서 잠을 자다가도 새벽에 수시로 눈을 뜬다. 말 못할 통증이 온몸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매일 복용하는 진통제에 내성이 생겼는지 듣지 않을 때가 많다. 고통이 극에 달할 땐 병원을 찾아 비싼 진통주사도 맞아보지만, 그때뿐이다.
지금 정씨에게 필요한 것은 머릿속에 전기 자극장치를 심는 수술이다. 전기 자극이 신경의 통증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1500만 원이나 하는 수술비는 현재 아무 일도 못하는 정씨에겐 꿈 같은 액수다. 쓰러져 아파하는 아빠를 보며 일찍 철이 든 초등학생 아들은 아빠를 만나는 날이면 용돈을 들고 와 아빠 식사를 챙긴다.
"통증이 지금의 절반으로만 줄어든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몸을 추슬러 일을 시작하면 작은 월세방이라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다시 지난날처럼 웃으며 지낼 수 있겠지요?"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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